[내일의 전략] 부시에게 달렸다
한국 증시 최대 악재가 무엇인지 적나라하게 보여준 하루였다. 가뜩이나 체력이 떨어진 증시는 부시 미국 대통령이 국정연설에서 이라크전쟁을 둘러싼 시장불안을 해소하지 못함에 따라 전저점을 뚫고 1년여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문제는 이라크사태 출구가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는데 있다. "차라리 이라크 전쟁이 터진다면 시장은 급반등할수 있다" 세계적으로 반전(反戰)기운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답답한 일부 전문가들은 전쟁이 빨리 터졌으면 좋겠다는 강성발언을 토해내고 있다. 한국을 포함한 세계 증시가 부시 대통령의 입만 바라보고 있는 상황이다.
◇ 주가 급락 "1년 2개월만에 최저 수준"
지수가 반등 하룻만에 다시 급락해 580선대로 주저앉았다. 상승행진을 이끌어갈만한 동력이 부족해 약보합권으로 출발한 증시는 이날 오전 부시 미국대통령 국정연설을 고비로 가파른 하락세로 돌아섰다. 부시 대통령이 국정연설에서 이라크 전쟁이나 미국 경제의 불확실성을 전혀 풀어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외국인투자자들이 선물매도를 늘린데 영향받아 프로그램매도 물량이 1700억원 이상 쏟아지며 장세를 위축시켰고, 개인투자자들은 급락장을 이용해 저가매수에 나섰지만 지수하락세를 진정시키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결국 종합주가지수는 17.21포인트(2.86%) 하락한 583.35로 마감했다. 직전저점인 지난 2002년 10월 10일 584.04를 하향돌파하며, 2001년 11월9일(576.75포인트) 이후 1년 2개월만에 최저수준까지 떨어졌다. 거래량과 거래대금은 각각 5억5414만주와 1조5144억원으로 전날보다 호전됐지만 투자자들의 관망세는 여전했다.
대형주와 중소형주 구분없이 전업종이 하락했고, 운수장비,의료정밀,전기전자,통신업의 하락비중이 상대적으로 컸다.삼성전자가 5% 이상 하락해 29만원선에 턱걸이 했고,SK텔레콤,KT,포스코,현대차,신한지주가 3-5% 떨어지는 등 지숙관련 대형주들의 낙폭이 상대적으로 커 장세를 압박했다.
반면 미쉐린그룹과 전략적 제휴를 체결한한국타이어가 7% 상승하고,LG화학,삼성화재,한미은행,호남석유,태평양등 외국인 매수세가 몰린 종목이 상승했다. 또 대전 서남부지역 행정수도 건설과 관련된충남방적,계룡건설,동양백화점등 충청연고 기업,영풍산업,동원등 전쟁관련 자원개발주,풀무원,대영포장,셰프라인등 개인 매수세가 집중된 저가종목은 상승했다. 상한가 10종목을 포함 201개 종목이 상승했고, 하한가 2종목을 포함 558개 종목이 떨어졌다. 70개 종목은 보합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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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닥시장은 1.23포인트(2.81%) 내린 42.52로 이틀 연속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상승종목은 157개 종목에 불과했고, 하락종목은 하한가 37개를 포함해 636개나 됐다. 거래량은 3억82만주로 전날보다 1826만주가 감소했다. 거래대금은 7699억원에 그쳤다.
◇ 이라크 사태가 풀려야 한다.
증시를 옥죄고 있는 이라크 사태가 풀려야만 주가가 상승반전의 기회를 잡을수 있다는데 이견이 없다. 이라크 전쟁이 터질 듯 터질 듯 하면서 시간을 끌고 있어 세계 증시 발목을 잡고 있는 만큼 전쟁발발 또는 평화적 해결의 실마리가 가시화돼야 주가가 출구를 찾을수 있다는 지적이다. 그때까지는 주가약세가 불가피할텐데, 문제는 이 기간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신성호 우리증권 이사는 "2월5일 파월 국무장관 유엔 안보리 보고 이후 안보리 논의과정에 상당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여, 이라크 악재가 장기화될 것 같다"고 우려했다.
김종국 삼성증권 투자전략센터장도 "시장이 가장 불안해 하는 것은 전쟁이 언제 일어날 지 모른다는 불안감인데, 부시 대통령이 오늘 연설에서 이 부분을 전혀 풀어주지 못했다"며, "독일,프랑스 등 이라크 공격에 소극적인 국가들의 태도도 변화가 없어 2월 한달도 전쟁 우려가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정호 대한투자신탁운용 주식운용1팀장은 "이라크 전쟁을 둘러싼 불확실성으로 투자심리 회복이 힘든 상황인 만큼 투자자들은 여유를 갖고 기다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서 팀장은 "증시를 상승으로 이끌 모멘텀은 전쟁이 나든지 후세인이 망명을 하든지 해서 이라크 위기가 해결조짐을 찾을 때에나 가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