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전망하향 도미노 발생하나

[광화문]전망하향 도미노 발생하나

박형기 기자
2003.02.12 12:27

[광화문]전망하향 도미노 발생하나

'5시즌 연속 한국 무대에서 뛰어온 조니 맥도웰(32·인천 SK 빅스)은 최근 통역에게 대뜸 "북한이 핵을 만들어 미사일을 한국에 쏘면 어떡하느냐"고 물었다. 통역이 "그럴리가…"라고 태연하게 말하자 맥도웰은 "목숨이 달려 있는 일인데 왜 그리 태연하냐"며 펄쩍 뛰었다. 맥도웰은 또 "이라크와 미국이 전쟁을 벌이면 아랍인들이 경기장에서 우리들에게 테러를 가할 지도 모르는데 KBL은 이에 대비하고 있는가"라고 질문을 던졌다.'-11일자 굿데이.

태풍의 눈은 고요하다는 말처럼 '북핵태풍'의 한가운데 있는 한국은 크게 위기를 느끼지 못하고 있다. 금강산 육로가 뚫리는 등 남북경협이 착착 진행되고 있는데, 설마 무슨 일이 있겠느냐는 희망석인 믿음 때문일 게다. 그러나 한국에서 활동하는 외국인 특히 미국인과 국제사회에서 느끼는 체감위기는 사뭇 다른 것 같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11일 국제 신용평가사인 무디스가 한국의 신용등급 전망을 '긍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낮췄다. 불과 5일전 국가신용등급 담당 선임분석가인 존 더들리 부사장이 "신용등급 전망은 통상 1년간 유효하며, 조정시점을 앞당기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 것을 정면으로 뒤집는 것이다.

기회 있을 때마다 예측가능한 정책을 펴라고 충고해온 이들이 며칠 새 입장을 바꾼 것은 이율배반이다. 이에 따라 일부에서 무디스의 이번 결정에는 미국 정치권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음모론적 시각도 제기되고 있다. 노무현 당선자의 대북, 대미정책에 압박을 가하기 위한 고도의 메커니즘이 작동한 게 아니냐는 의혹 어린 시선이다.

무디스의 행태는 얄밉지만 전망하향은 나름대로 근거가 있다. 북핵위기는 분명 한국 경제의 최대복병으로 떠올랐다. 지난해 전세계적인 경기침체에도 끄덕 없었던 한국경제는 북핵위기 이후 하강 조짐이 뚜렷하다. 단적인 예가 종합주가지수다. 북한이 핵개발을 시인한 9월17일 이후 코스피는 20.7% 하락했다. 제3자의 입장에서 본다면 무디스는 세계 3대 신용평가사 중 가장 먼저 북핵 리스크를 반영했을 뿐이다.

무디스는 지난 97년 외환위기 때도 한국의 등급을 가장 공격적으로 인하한데 비해 회복기에는 가장 늦게 원위치 시켜 '저승사자'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악명' 높았었다. 무디스가 무서울 수밖에 없었던 것은 당시 무디스가 시장점유율 최고의 신용평가사였기 때문이다. 무디스의 등급 하향 이후 스탠더드 앤 푸어스(S&P)와 피치도 등급을 내렸었다.

이제 중요한 것은 S&P와 피치가 향후 어떤 결정을 내릴 것이냐다. 무디스가 전망을 하향한 후 S&P와 피치는 현재의 전망을 그대로 유지한다고 밝혔다. 무디스의 전망하향 직후 금융시장은 주가 채권 원화가치가 하락하는 트리플 약세를 보였으나 S&P와 피치의 발표로 낙폭이 축소되는 등 진정기미를 보였다.

특히 주목할 것은 S&P 아태지역 국가신용담당 책임자인 오가와 다카히라의 발언이다. 그는 이날 "한반도의 지정학적 리스크는 이미 반영돼 있다"며 "우리는 어느 누구도 따라가지 않을 것(no intention to follow anybody)"이라고 밝혔다. 오가와의 발언 이면에는 S&P의 자존심이 흐르고 있다. S&P는 2001년 무디스를 따라 잡은 데 이어 2002년에도 시장점유율 41%를 기록, 무디스(38%)를 앞섰다.

이같은 점을 고려할 때, 신용평가사의 한국 전망 하향 도미노 현상이 일어 날 것 같지는 않다. 그러나 북핵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한 전망뿐만 아니라 등급하향의 가능성은 항상 열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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