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SK 대응법

[광화문] SK 대응법

이백규 특집기획부장
2003.03.13 12:46

[광화문] SK 대응법

새정부의 경제위기 관리능력이 시험받고 있다.주 타켓은 SK사태로 불거져나온 회계분식과 이에 민감히 반응하는 시장이다. 뜻밖의 분식사태로 더욱 안좋게 풀려갈 것같은 경제를 어떻게 달래줄 것인지도 관찰대상이다.

분식사태가 미시적이고 감각적인 문제라면 경기 대응은 거시적이고 이성적이며 철학적인 것으로 문제의 본질은 판이하게 다르다. 하지만 둘다 실기하면 것잡을 수 없는 일이 벌어질수도 있어 시급히 해결해야 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아슬아슬 고비를 넘겨오던 금융시장을 뒤흔들고 있는 이질적인 두 문제를 동시에 풀어갈 해법은 무엇일까.

 

우선 분식에 놀란 시장을 달래주어야 한다. 분식사태로 그동안 힘들여 쌓아온 시장의 신뢰가 약화될 위기에 처해 있다. 외환위기로 수많은 기업의 도산과 수십만명의 실직 고통을 겪고 얻어낸 가장 큰 것중의 하나가 투명성이다. 지난해 미국 엔론사태 때는 "우리는 이미 거쳐 미국보다 투명해졌다"며 우쭐하기도 했었다.

이제 그것이 허구일 수도 있음이 드러났다. 기업경영과 증시 투명성의 기본이자 출발점인 회계장부가 거짓으로 드러났다. 엔론에 디인 외국인 투자자들이 등을 돌린다면 생각만해도 아찔하다.

시장달래기 vs 지속적 개혁

외환위기이후 기업회계가 많이 개선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SK가 20년에 걸쳐 분식을 해오다 적발됐듯 분식이 아직 관행으로 남아있는 것도 현실이다. 또다른 제2 제3의 SK가 없으란 법이 없는 것이다. 이런 이율배반을 어떻게 시장에 설명하고 시장참여자들을 납득시킬 것인지가 숙제다.

일부지만 펀드 환매가 확산되고 있고 국가 리스크 지표인 외국환평형기금채권 가산금리가 오르고 있는 게 예사롭지 않다. 시장은 자기와 흐름을 같이 탈 수있는 노련한 프로적 접근을 바라고 있다.

 

SK사태로 우리 경제는 더 어려워질 것이다. 국내 경기는 이라크 공격 리스크와 이에 따른 세계 경기 침체의 심화, 북핵 위기로 몇개월째 불안한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불안의 장기화로 이달들어서는 우리 경제 토대가 흔들흔들 허물어져 가고 있는게 아니야는 펀더멘털 리스크론이 시장의 공감을 얻어가고 있다.

경기대응 이미 한차례 실기

정부는 경기 대응에서 이미 한차례 실기한 것으로 판단된다. 지난해 가을부터 체감경기가 안좋아지기 시작했고 겨울부터는 생산 소비 수출 내수등 주요 거시지표가 엇갈리기는 했지만 대체로 경고음을 냈었다. 그러나 정부는 대선 전후의 어수선함 속에서 이런 현실을 애써 외면했던지 아니면 오판한 것같다.

정부는 경제 추스리기보다는 `분배개선과 재벌 겁주기'에 주력했고 그 사이 거리의 빈 택시와 압구정 명품 상점에서 불황의 골은 깊어져만 갔다. `기울어 가는 타이타닉호에서의 파티'라는 비난이 나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러나 앞으로의 경제를 지나치게 비관할 필요는 없다. 문제의 부채는 5조원으로 기아차의 절반, 대우의 10분의1에 불과하고 질도 다르다. 97년 외환 위기때처럼 재벌이나 국가의 유동성 위기 징후는 아직 없다. 반도체가격 상승등 희망적 신호도 있다. 지금의 어려움이 또다른 비상을 위한 담금질로도 해석할 수 있다.

 

정부는 선택의 기로에 서있다. 경제 껴안기냐 지속적인 개혁이냐. 후자라면 개혁일정과 이에 수반될 비용을 제시하고 국민적 동의를 얻어야 한다. 경제를 생각한다면 문제는 시장과 기업과 소비자의 마음이다. 겁먹고 주눅들어 있는 이들의 마음을 얼르고 달래주어야할 때다. 꽁꽁 얼어붙기전에 불씨는 살려 놓아야 하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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