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전략]"봄은 언제쯤?"

[내일의전략]"봄은 언제쯤?"

백진엽 기자
2003.03.31 18:18

[내일의전략]"봄은 언제쯤?"

3월 마지막날 국내 증시는 급락세로 출발했다. 증시 관련 기사, 사이트, 메신저 등에는 '잔인한 4월'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봄이 와도 봄같지 않다)' 등의 문구가 자주 등장하고 있다.

증시참여자들의 지친 모습도 역력하다. 증시관계자에게 "안녕하세요"라는 인사를 건네면 "안녕못합니다"라는 대답이 입에 붙은지 오래됐다. 한 증시관계자는 "투자설명회를 가면 기관들은 환매, 펀드수익 악화 등으로 정신이 없는 모습"이라며 "개인들은 돈은 있는데 지금 상황에서 매수를 하기는 힘들지 않냐는 인식이 강하게 나타난다"고 최근 투자자들의 상황을 묘사했다.

계절은 이미 봄에 바짝 다가가고 있다. 아침 기온이 영상 10도를 웃돌고 있고, 한강 고수부지에는 개나리가 만발, 봄소식을 전하고 있다.

하지만 증시는 여전히 한겨울이다. 이라크전쟁 등 여러 한랭전선이 짙게 드리워진 가운데 외국인 매도라는 폭설이 증시를 얼어붙게 하고 있다. 3~4개월째 국내 증시에 머물고 있는 동장군이 어지간해서는 물러날 기색을 보이지 않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국내 경기마저 침체국면으로 이어지는 모습이고, 중국괴질, 미국 상무부의 상계관세 부과 등 돌발변수들이 자주 나타나며 녹초가 된 증시에 카운터펀치를 날리고 있다.

겨울이 가면 봄이 오는 것이 자연의 섭리다. '골이 깊으면 산이 높다'는 증시 격언도 있다. 결국 증시에서 겨울이 길어지면 겨울잠을 자면서 오는 봄을 위해 체력을 비축해야 한다는 의견이 힘을 얻는 상황이다.

◇외인,거래소-코스닥-선물 등 전방위 매도

31일 종합지수는 20.63포인트(3.71%) 떨어진 535.70을 기록했다. 지난 17일 이후 최저치로, 전쟁발발에 따른 반짝 랠리를 대부분 반납했다. 반등에 대한 기대감은 외국인의 파상공세에 좌절됐다. 이날 외국인은 1445억원어치의 주식을 순매도했다. 지난주말 1050억원에 이어 이틀째 1000억원대 순매도가 유입됐다. 외국인은 주식뿐 아니라 지수선물을 4886계약 순매도하고, 콜옵션을 40억원어치 순매도하는 등 전방위 매도에 나섰다. 개인이 2166억원 순매수해 4일째 지수 방어에 나섰지만 역부족이었다.

이라크전쟁 발발 이후 투자심리를 짓누르던 전쟁 장기화 우려뿐 아니라 국내 실물경기의 본격적인 침체라는 펀더멘털의 위축이 부각됐다. 한국은행이 침체에 빠진 국내외 경제상황을 고려해 다음달중 올해 경제성장률을 대폭 하향조정키로 하는 등 이 같은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는 진단이다. 한은은 경제성장률을 당초 연간 5.7%에서 4%대, 경상수지는 30억달러 흑자에서 소폭 적자,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4%에서 4%대 초반으로 각각 수정할 전망이다.

외국인의 매도가 대량 유입된삼성전자,국민은행은 이날 각각 7.49%, 7.21% 하락해 29만원, 3만원이 붕괴됐다.

이로써 종합지수는 지난 12월부터 4개월 연속 음봉을 나타냈다. 3월의 시가는 578.50이었으나 종가가 이보다 크게 하락해 긴 장대 음봉을 그렸다. 3월월간 하락률은 6.9%였다. 4개월 연속 음봉은 지난해 7월 이후 처음이며 85년부터는 12차례 발생했다.

한국전력한국가스공사등 경기방저주들이 강세를 보였는데 이에따라 전기가스업종이 1.89% 오른 것을 제외한 전업종이 하락했다. 상승종목수가 146개로 하락종목수 625개에 턱없이 못미쳤다.

코스닥지수는 전거래일 대비 1.51포인트(3.83%) 떨어진 37.77로 장을 마쳤다. 기관이 6일 연속 순매도한데 이어 외국인도 3일만에 매도세로 돌아섰다. 개인이 3일만에 매수에 나섰지만 기관과 외국인의 매도물량에는 크게 미치지 못했다. 기관과 외국인은 각각 21억원, 22억원 어치를 시장에 내놨고 개인은 15억원 어치를 사들였다.

종이목재업을 제외한 전 업종이 내림세였다. 특히 비금속업은 9.86%, 음식료담배업은 8.35%나 떨어졌다. 인터넷 및 디지털컨텐츠, 운송, 일반전기전자 등도 5% 이상 하락률을 보였다.

시가총액상위종목들도 동반 급락했다.LG홈쇼핑이 6%정도 하락한 것을 비롯해휴맥스가 5%,KTF국민카드LG텔레콤다음NHN엔씨소프트는 3∼4% 이상 하락률을 나타냈다.하나로통신만 강보합을 보였다.

하락종목이 상승종목을 대거 압도했다. 하한가 51개를 포함해 679종목이 떨어진 반면 상승종목은 상한가 14개를 포함해 114종목에 그쳤다.

◇부정적 시그널만 돌출..힘든 상황

홍성국 대우증권 투자분석부 부장은 "채권시장의 불안, 전쟁 장기화 가정 등으로 증시가 힘없이 무너지고 있다"며 "투자심리가 전황이라는 단일변수에 지나치게 집착, 점점 실망감이 커지는 상황에서 외국인의 매도가 나타나자 낙폭이 커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홍 부장은 "이밖에 중국 괴질 등 예상하지 못한 변수들이 주기적으로 나타나면서 더 어려운 상황을 만들고 있다"며 "시장 거시적으로 불안한 상황이기 때문에 종목찾기 등보다는 일단 관망하면서 시장 제반상황이 개선되기를 기다려야 한다"고 덧붙였다.

전 균 삼성증권 연구위원은 "이날 아시아 주요 증시가 급락한 것을 감안하면 아시아 지역 펀드가 아시아 시장 전반적으로 물량을 내놓은 것으로 추정된다"며 "외국인이 현선물에서 매도를, 개인이 이에 맞섰지만 역부족인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전 연구위원은 "전쟁 개전무렵부터 12% 상승한 후 9% 하락하는 등 상승분은 대부분 반납한 것을 보면 전쟁이라는 변수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태"라며 "경기는 그나마 버팀목 역할을 했던 수출 부문에서 전쟁리스크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면서 부정적인 전망이 강해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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