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평] 새 금융감독팀의 과제
이정재 금융감독위원장과 이동걸 부위원장으로 대표되는 새로운 금융감독팀이 출범한 지도 제법 시일이 흘렀다.
이제는 취임 초기의 어수선함을 정리하고 새로운 팀컬러를 선보일 때가 되었다. 이 글에서는 새 금융감독팀의 과제와 관련하여 단기 과제 두 가지와 장기 과제 한 가지를 검토해 보기로 한다.
먼저 SK글로벌의 처리와 관련해서는 전체적인 효율성이 달성될 수 있는 방향으로 처리하는 것이 원칙이다. 현재 SK글로벌은 기업구조조정촉진법이라는 매우 어정쩡한 법의 관리하에 놓여 있다.
그러나 필자가 기회 있을 때마다 목청을 높여 외쳤듯이 이 법은 대표적인 악법이다. 이 법은 공정성도 경제적 효율성도 담보하지 못하고 오로지 금융기관에 대한 정부의 영향력에 근거하여 기업의 부실을 은폐하는 것만을 유일한 존재 목적으로 하는 도구일 뿐이다. 그렇다고 기업이 특별히 살아나는 것도 아니다.
다만 시간만 질질 끌면서 돈은 돈대로 들어가고 기업은 기업대로 망가지기만 할 뿐이다. 채권자간의 공평한 부담이라는 대전제는 존중하기 보다는 부정하는 것이 이 법의 원칙(?)이다. 신임 이정재 감독팀은 빨리 결단을 내려야 한다. 필자는 SK글로벌을 살리건 죽이건 간에 빨리 법원으로 보낼 것을 촉구한다. 그것이 채권자간, 또 채권자와 채무자간의 공평한 손실분담을 통해 경제적 효율성을 담보하는 유일한 수단이기 때문이다.
두 번째로 노출된 악재는 신용카드 회사들의 처리 문제이다. 여기서도 원칙이 중요하다. 금융감독기관의 수뇌부가 유념해야 할 직무상의 기본 원칙은 금융기관의 건전성 유지이다. 다시 말해 평소에는 건전성이 유지될 수 있도록 감독하고, 건전성이 훼손될 우려가 있는 경우에는 즉각 적기시정조치를 자동적으로 발동하여 경영개선권고나 명령을 부과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을 이행하지 못하는 금융기관은 퇴출시키면 된다. 이것뿐이다. 이처럼 간단한 원칙을 그대로 지키기만 하면 이번 금융감독팀은 길이길이 유능한 감독팀으로 기록될 것이다. 반대로 만에 하나 자신의 분수를 모르고 다른 목적을 위해 이런 감독원칙을 희생한다면 그들은 그들의 전임자와 마찬가지로 금융감독체제를 훼손한 필부의 대열에 합류하게 될 것이다.
현재 신용카드 회사들은 적기시정조치상의 경영개선 권고나 경영개선 명령 정도가 발동될 단계에 와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이런 경우에는 적법한 조치를 규정대로 취하면 된다. 공연히 다른 이유를 핑계삼아 적기시정조치를 유예하거나 적기시정조치의 발동요건을 슬그머니 완화시키는 장난을 시도해서는 안된다.
스스로 가지고 있는 돈이 한 푼도 없으면서 주제넘게 금융기관의 돈이나 공적 자금을 호주머니 속에 있는 제 돈 꺼내쓰듯이 펑펑 사용할 생각을 해서는 안된다. 추가로 돈을 넣고 카드사를 살릴 것인지 아니면 깨끗하게 포기할 것인지의 의사결정은 철저히 해당 회사의 주주들이 하도록 내버려 두어야 한다.
새 감독팀이 노출된 악재를 해결하고 난 후에는 보다 근본적인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 그것은 감독의 원칙을 다시 확립하고 그 원칙에 의해 실제로 감독이 이루어지도록 만드는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후자 즉 `감독의 실질적 구현' 부분이다. 1998년 4월 새로운 금융감독기구가 탄생한 이후 현재에 이르면서 금감위와 금감원은 타성에 젖거나 정치논리에 휘둘리는 모습을 너무나 자주 보여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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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혹시 일부 직원들은 부정부패와 타협하여 이미 피감기관의 경제적 포로가 되었을 지도 모른다. 따라서 새 감독팀은 한편으로는 정치권의 보이지 않는 요구에 저항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이미 부정부패에 물들었을지도 모르는 내부의 저항과 맞서야 한다. 새 감독팀의 건투를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