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평]하이닉스는 반칙인가?

[시평]하이닉스는 반칙인가?

송의영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
2003.04.17 12:27
구글 선호 매체 등록 구글에서 머니투데이 추가하기

[시평]하이닉스는 반칙인가?

미국과 이라크의 축구 경기에서 미국 선수가 심판의 제재를 완전히 무시하고 페널티 박스 안에서 이라크 수비수에 치명상을 입힌다. 그래도 아무 일도 없다.

그런데 미국과 한국의 경기에서 한국 선수가 미국 선수를 건드리지도 않았는데 심판은 한국 선수에게 레드카드를 꺼내 보인다. 이게 무슨 놈의 세상인가? 레드카드는 심할지 모르지만 혹시 한국 선수가 잘못 했을 수도 있다고 한다면 매맞기 딱 좋은 이야기일까?.

 

미국 상무부가 하이닉스 D램에 50%가 넘는 고율 상계관세를 부과하는 예비판정을 내리더니 연이어 유럽연합도 30%가 넘는 상계관세를 책정하고 나섰다. “세상에 그런 반칙이 어디 있어? 내정간섭 아니야?” 이것이 보편적인 관중의 반응이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그런 반칙은 있다.

GATT의 `정부 혹은 정부의 통제 하에 있다고 판단되는 기관이 특정기업을 도와줄 목적으로 부채를 경감해 준' 반칙에 해당된다. 원래 있었던 GATT 보조금 규정이 이렇게 구체화되고 강화된 것은 94년의 우루과이 라운드에서였다. 중요한 것은 이 규정이 과거 한국이 애용했던 금융보조를 통한 산업정책을 정조준하고 있다는 것을 인식하는 것이다.

 

이런 사태를 예상할 수 있었나? 확실히 그렇다고 할 수 있다. 신속채권인수가 시행되었을 때도 많은 전문가들은 현 사태가 발생할 것을 우려했다. 그동안 하이닉스는 너무나 많은 정치적 포커스를 받아왔다. 이 회사는 빅딜 정책의 일환으로 상당한 잡음 속에서 정부 주도로 탄생되었다.

많은 금융상의 혜택에도 불구하고 어려움을 겪게 되자 외환위기가 한참 지난 2001년 국책은행의 신속채권인수라는 특별조치의 혜택을 받는다. 정부는 아니라고 하지만 이 제도의 수혜기업 대부분이 현대 계열사라는 사실이 많은 정치적 해석을 가능하게 한다. 또 작년에는 한 대선 후보가 하이닉스를 세계 최고로 키우겠다는 발언을 한 적도 있고 차등감자 하겠다는 말도 들렸다.

필자의 주위에서 하이닉스의 진로가 정치적으로 결정되어 왔다고 믿지 않는 사람은 거의 없다. 더구나 마이크론은 자신에 유리한 보호무역 조치를 위하여 강력한 정치력을 동원하는 것으로 유명한 회사다. 86년 미-일 반도체 협정의 주역이었다.

 

그럼 반칙은 반칙인가? 잘 모르겠다. 경제학자가 아닌 국제심판이 판례와 녹화 비디오의 분석을 통해서 결론을 내릴 문제다. 문제는 충분한 심증은 가지만 확고한 물증이 없는 상태에서 한국 정부의 지시로 하이닉스 구제조치가 취해졌다고 판단할 수 있느냐이다.

 

또한 상계관세를 때리려면 마이크론이 구제조치로 피해를 입었다는 것을 입증하여야 한다. 그런데 마이크론의 점유율이 증가하고 하이닉스의 점유율이 감소하는 상태에서 피해를 입증하기 쉽지 않을 것이다. 만일 구제조치가 없었다면 하이닉스가 도산했을 것이고 그렇다면 D램 가격이 더 높게 유지되었을 것이라는 의미에서 피해를 주장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너무 지나쳐 보인다.

 

덜 정치적인 미국의 무역위원회가 마이크론의 피해에 대하여 부정적인 판정을 내리기를 기대해 볼 수도 있다. 아니면 잘못을 인정하고 D램 수출 물량을 자발적인 줄이는 협정을 맺을 수도 있다. 미국의 상계관세에 대한 여론의 비난이 홍수처럼 쏟아지고 있다. 정서적으로 당연한 반응이다. 그래도 따질 것은 냉정하게 따져 봐야한다. 그래야 미래에 대비할 수 있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