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평]경제특별사면과 시장개혁

[시평]경제특별사면과 시장개혁

류석기 이사
2003.05.13 1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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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평]경제특별사면과 시장개혁

 

지난 3월말 정부가 발표한 경제운용 방침에 이례적 시책이 몇건 포함돼 있다. 임시투자세액 공제시한 연장등 시장 참여자에게 고루 혜택이 가는 중립적 투자진작 조치 외에 몇몇 대기업만을 대상으로 한 규제 완화가 나와 눈길을 끌었다.

 

새 정부 출범을 맞아 그동안 기업투자를 저해한 미해결 과제를 모두 개선한다는 배경설명 뒤에 기업 이름과 조치내역이 적시돼 있다. 동부전자의 1조4천억 투자 건에 대해 환경 규제, LG필립스 파주 LCD공장에 대해 수도권공장 신증설 규제, 영국 AMEC사의 1조원 건설사업과 미국 Gale사의 127억달러 투자에 대해 투자 애로를 각각 해소한다는 내용이다.

 

경제분야의 특별사면이라 할 만하다. DJ정부가 임기말 선심행정으로 오해살까 봐 미뤄 온 것을 참여정부가 고민 끝에 결단한 것이리라. 투자기대 효과가 17조원 이상, 중소기업의 건축허가 제한 1,570여건도 풀린다고 덧붙였다. 특혜 시비라도 일까 봐 꽤 신경쓴 모습이다.

 

극단적인 자유시장론자들도 환경보호나 국토 균형개발과 같은 공공적 규제에 대해선 시비걸지 못한다. 이런 규제를 일부 풀면서까지 투자를 당겨야 할만큼 다급하다는 게 이번 특사의 배경인 셈이다. 더 무슨 할 말이 있겠나.

 

참여정부는 경제분야 국정과제로 자유롭고 공정한 시장질서의 확립을 내세웠다. 노무현 대통령은 CNN과 인터뷰에서 "참여정부 5년은 시장의 시스템을 개혁해 투명 공정 자유롭고 개방된 시장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자유롭고 공정한 시장으로의 개혁이라는 표현은 애매하고 진부하다. 역대 어느 정권이 `시장 경제의 창달`을 표방하지 않았던가. 재벌에 자원을 몰아주는 불균형 성장전략을 채택, 시장개입의 원죄를 만든 박정희 정권도 자유시장을 주장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시장과 정부의 관계에서 우리는 시행착오를 거듭했다. 삼성그룹의 승용차산업 진입과 관련해 정부가 그토록 반대했지만, 정권을 넘겨 집요함을 보인 재벌의 승리로 끝났다. 삼성차는 비록 경영권이 외국에 넘어갔으나 경쟁력 갖춘 기업으로 시장에 살아남았다. 반면 정권이 수조원씩 정치금융을 주며 시장 진입을 밀어준 한보철강은 지금 어찌돼 있나.

 

현재 우리 시장에는 세계 수준의 대기업이 즐비하다. 대부분 외국인 지분이 50%를 웃돈다. 세계 유수의 다국적 기업도 대거 활동중이다. 이들 대기업에게 이미 한국시장은 세계 어디에도 손색없는 자유로운 시장이 돼 있다. 글로벌 스탠더드에 미흡한 부분이 있다면 빠른 시간내 이를 해소하고 만다. 정 안되면 환경이 더 나은 다른 나라로 가버리면 그만이다.

 

이번 특사 조치에서 보듯 투자유치를 위해 국제기준 이상 특례를 줘야 하는 상황이다. 도움이 된다면 우루루 줄을 서 정부를 당혹케 할 것이고, 아니면 더 울궈내려 버틸 것이다. 그게 기업의 생리다.

 

우리 시장이 이미 이럴진대 정부가 새삼 시장시스템 개혁에 나설 필요가 있을까. 지금 국내 대기업들은 "정부가 또 뭘 긁어 부스럼을 만들려 하나"며 잔뜩 웅크리고 있다. 지배구조 개선등 수십년 적폐를 5년내 뜯어고쳐야 직성이 풀리겠다면 `일반사면` 방식은 어떤가. 언제까지 어떤 요건에 맞추라며 투명한 기준을 공개하면 기업이 눈치를 살필 이유가 없어질 것이다. 가장 확실한 투자 활성화 조치는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 해소다.

 

자유롭고 공정한 시장은 더도 덜도 말고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추면 된다. 정부는 시장 질서의 냉정한 감시자면 충분하다. 참여정부는 심판의 권위를 세우는 첫 정권이 돼 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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