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평] 헷갈리는 금리정책
말도 많던 금리, 결국 금융통화위원회가 콜금리를 0.25%포인트 내리기로 결정했다. 필자는 금융전문가는 아니다. 하지만 나름대로 경제학을 열심히 공부한 사람의 입장에서 볼 때 금리인하를 둘러싼 최근의 논쟁에는 이해하기 힘든 구석이 많다.
우선 `인위적 경기부양'은 하지 않겠다는 말이 요상하다. 그럼 자연적 경기부양책이란 것도 있단 말인가? 이 표현이 경제책임자들의 입에서 반복되게 것은 아마도 노무현 대통령이 취임 전후에 이 말을 했기 때문인 것으로 추측된다. 필자는 이 말을 잠재성장률을 7%로끌어올리겠다는 선거공약을 지키기 위해 일시적 효과밖에 없는 재정정책이나 금리정책을 쓰지 않겠다는 뜻으로 해석했다. 그렇다면 백번 지당한 말씀이다.
문제는 올해 성장률이 잠재성장률로 추정되는 5%대를 미달할 것이 거의 확실해진 뒤에도 인위적 경기부양을 하면 안 된다는 주장이 반복되었다는 것이다. 잠재성장률보다 낮은 성장률을 잠재성장률로 끌어올리는 정통적인 경기안정화 정책을 사용하면 안 된다는 것은 무슨 뜻인가? 그래봤자 정책의 효과가 없을 것이라는 주장이라면 몰라도. 더구나 불황이 와서 부양책을 쓰는 것을 개혁의 후퇴로, 재벌에 굴복하는 것으로 해석하는 일부 진보의 시각도 보인다. 통속소설은 절대 안 쓰겠다는 문학청년이나 내 요리에는 절대 조미료를 섞지않겠다는 요리사의 순수성이 느껴진다.
물가불안은 작지만 불황이 깊어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판단될 때 금리를 내리거나 확대 재정을 집행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또한 개혁의 경기하강 효과가 우려되면 개혁에 낮은 금리를 결합하는 것에는 아무 잘못이 없다. 고금리와 구조조정을 결합했던 IMF 프로그램을 비판했던 이유가 무엇이었나?
아무튼 필자는 정부의 높은 곳에서 금리인하를 반대하는 것으로 추측했다. 또한 한 달 전까지만 하더라도 박승 총재도 반복해서 금리인하에 반대하는 발언을 했다. 필자는 박 총재가 통화정책의 무용성을 믿는 고전학파거나 아니면 경기하강의 위험보다는 물가와 주택가격 상승 위험이 더 심각하다는 판단을 하고 있는 것으로 이해했다.
그런데 지난달 말 쯤 재경부와 한은의 분위기가 돌변하더니 금리인하가 기정사실이 되어 버렸다. 콜금리를 인하하면서 박 총재는 경제성장률 4% 유지와 고용안정을 위해서는 추가 금리인하도 할 수 있다는, 중앙은행장의 발언으로서는 예외적인, 강력한 케인지언적 의지도 표방했다. 그 짧은 기간에 판단을 바꾸게 할 만한 어떤 추가적인 경제정보가 있었나? 만일 돌고 있는 외압설이 사실이라면 정권핵심의 경제적 판단이 바뀌어서인가 아니면 정치적인 필요성이 생겨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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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경제정책이 목적을 달성할 것인지 아니면 더 큰 부작용을 유발할지를 확실히 알려줄 만큼 경제학은 발달하지 못했다. 따라서 모든 경제정책은 실패할 확률이 아주 크고, 따라서 일종의 베팅일 수밖에 없다. 이 번 금리인하가 적절한 조치였는지의 여부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이 베팅이 프로에 의해서 독립적으로 행해지도록 보장하는 것이다. 그것이 장기적으로 베팅의 성공 확률을 높이는 유일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북핵 문제가 남한의 거시경제를 누르는 중압에 비하면 금리 0.25%포인트 인하 그 자체는 매우 왜소해 보인다. 이러한 미미한 선제조치가 효과를 가지려면 앞으로 경제상황이 악화되면 추가 금리인하가 따를 것이고 그래서 더 이상 경기가 악화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을 주어야 한다. 총재의 발언에 믿음이 가지 않고, 금리의 향방을 알기 위해 정치학적인 추론을 해야 한다면 금리인하는 이미 포화상태에 있는 불확실성에 또 다른 불확실성을 더할 뿐이다. 정권이 바뀌면 훨씬 더 나아질 것으로 기대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