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기축통화 3형제
"윽박지르는 장남, 떼 쓰는 아우, 순둥이 둘째"
최근 미국과 일본, 유럽연합(EU) 간의 환율 전쟁을 보면서 받는 느낌이다. 장남은 미국이고 막내는 일본, 둘째는 EU다.
미국은 존 스노 재무장관의 달러 약세 용인성을 발언을 계기로 외환시장에서 사실상의 선전포고를 했다. 수출에 경제 회생의 사활을 걸고 있는 일본은 적극적인 시장 개입으로 맞서고 있다.
그런데 EU는 수수방관이다. 일부 정책 당국자들은 유로 강세가 유럽과 세계 경제에 모두 이롭다며 반기기도 했다. 에디 조지 영란은행 총재는 최근 "(유로 강세는) 비정상적인 상태로 부터의 회귀"라고 표현했다.
이같은 분위기는 시장에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 달러화는 지난 1년새 유로 대비 21% 급락했지만 엔화에 대해서는 9.5% 떨어지는 데 그쳤다.
EU가 유로 급등을 방치하는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유로가치 상승이 유로존의 숙제인 인플레이션 우려를 불식시키는데 일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로화 가치가 올라가면 다른 통화 단위로 수입되는 제품의 가격을 떨어뜨려 물가 상승을 억제하는 역할을 한다.
그러나 EU도 기업을 중심으로 금리인하 등을 통한 환율 방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언론도 가세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0일 환율이 EU가 원하는 선에서 멈춘다는 보장은 없다며 조기 대응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고 같은날 월스트리트저널(WSJ)도 달러 약세가 독일 등 유럽 경제의 리세션(경기침체) 압력을 높이고 세계 경제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EU가 그동안 인플레이션 목표치에 얽매여 정책 대응이 늦다는 비판을 받아온 터라 이같은 충고는 예사롭게 들리지 않는다.
흔히들 크면 둘째가 사회적응을 가장 잘한다고 한다. 하지만 기축 통화 '3형제'에게도 이 말이 적용될지는 두고 볼일이다. 프랑스 국제관계연구소(IFRI)는 15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EU의 경제력 비중은 현재 세계 경제의 25%에서 2050년 12%로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EU는 이라크전 외교전에 이어 또한번 힘겨운 전쟁을 치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