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대환대출 '계륵(鷄肋)'

[기자수첩]대환대출 '계륵(鷄肋)'

서명훈 기자
2003.05.23 14:09

[기자수첩]대환대출 '계륵(鷄肋)'

우리사회가 '신용불량자 쇼크'에 휩싸이면서 신용카드사들이 또 한번 여론의 질타를 받고 있다. 하지만 카드사들은 신용카드 남발로 신용불량자가 양산됐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한편에서는 불편한 속내를 숨기지 않는다.

최근 가장 자주 듣게 되는 카드사의 하소연은 신용불량자를 양산하지 않기 위해 대환대출을 늘리고 싶어도 구조적인 제약이 많다는 것이다. 대환대출이란 말 그대로 매월 결재해야 하는 카드이용 대금을 장기간에 걸쳐 나눠 갚을 수 있는 금융상품으로 바꿔주는 것을 말한다.

회원 입장에서도 100만원을 한달 내에 갚는 것보다 10달에 걸쳐 10만원씩 상환해 나가는 것이 부담이 덜하고 카드사 역시 연체율을 줄일 수 있기 때문에 윈윈게임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카드사들은 이런 좋은 제도가 있지만 현금대출 비중 규제로 인해 대환대출을 늘리기 힘들다고 하소연한다. 또한 대환대출이 신용불량자 급증을 막을 수 있는 현실적인 대안인 만큼 대환대출을 현금대출 비중 규제의 예외로 인정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카드사들의 이런 주장은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 힘들다. 먼저 회원 입장에서 보면 비록 부담이 분산되는 효과는 있지만 대환대출의 경우 이자율이 높기 때문에 결국 카드사에 상환하는 총액은 늘어나게 된다는 맹점이 있다.

또한 회원의 상환능력이 개선되지 않는 상황에서 대환대출은 일시적인 효과에 그칠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대환대출의 연체율이 일반 카드론에 비해 10% 포인트 가량 높다는 점은 이를 잘 증명해 준다. 이밖에도 대환대출이 늘어날 경우 실질적인 변화는 없는데 반해 밖으로 드러나는 연체율은 줄어들게 돼 투자자들의 혼란을 초래할 수도 있다.

이처럼 대환대출은 '필요악(必要惡)' 내지는 '계륵(鷄肋)에 가깝다. 감독당국 역시 이런 점 때문에 대환대출에 대해 쉽사리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원칙을 내세우고 우려되는 부작용만을 고민하기엔 신용불량자들의 고통이 너무 크다는 생각이다.

대환대출의 금리를 낮출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것인지, 고의 연체자가 늘어나는 것을 막을 방법은 무언인지 등 현실적인 고민에 무게를 두어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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