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손보사가 키운 '호랑이'
그동안 공생관계를 유지해왔던 손보사와 매집형 대리점이 최근 이별을 고했다. 손보사들이 회사별로 매집형 대리점에 지급하는 수수료의 상한선을 정하고 그 이상 수수료를 지급하는 손보사가 적발될 경우 엄청난 제재금을 물리도록 서로 합의했기 때문이다.
손보업계는 매집형 대리점이야말로 모집질서를 문란케 한 주범인 만큼 근절시켜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법인대리점협의회는 '담합'이라며 강경 대응하겠다고 맞서고 있다.
매집형대리점이란 군소대리점의 자동차보험 등 계약을 모은 후 손보사와 수수료 협상을 벌여 그중 수수료를 가장 높게 주는 손보사에 계약을 넘기는 대형 법인대리점을 말한다. 따라서 이들 매집형 대리점은 일반대리점(12~13%)보다 훨씬 높은 22~25% 수준의 수수료를 챙겨왔다.
이들 매집형 대리점은 한꺼번에 수억원대의 보험계약을 가지고 수수료 흥정을 벌이기 때문에 한정된 자동차보험 시장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손보사들은 울며 겨자먹기로 높은 수수료를 지급할 수밖에 없었다.
손보사의 한 관계자는 "한꺼번에 수억원대가 왔다갔다 하기 때문에 경쟁사에 뺏기는 것보다 손해를 보더라도 수수료를 더 많이 주고 계약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과당경쟁, 출혈경쟁으로 영업해 온 손보사들이 매집형대리점을 키웠고, 결국은 그 매집형대리점이 손보사를 쥐락펴락하게 되는 '주객전도'의 양상으로 바뀐 셈이다.
손보사들이 수수료 제한을 외치고 있지만 얼마나 시행에 옮길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어느 한 회사가 이를 어길 경우 다른 손보사로 들불처럼 번져갈 소지가 다분하기 때문이다.
한 손보사 사장은 "매집형 대리점의 횡포는 정말 심각하다. 어떻게든 매집형 대리점이 발붙이기 못하도록 업계가 노력해야 한다"며 매집형 대리점의 심각성을 강조했다. 손보업계는 지금 자신들이 키운 거대 호랑이와 싸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