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배드 보이' 엘리슨
미국 실리콘밸리의 '배드 보이' 래리 엘리슨이 또다시 사고를 쳤다.
최근 세계 제2 소프트웨어 개발업체인 오라클은 피플소프트를 적대적으로라도 인수하겠다고 공언했다. 양 사는 세계 기업용 소프트웨어 시장에서 나란히 2,3위를 점하고 있는 경쟁관계.
피플소프트는 오라클의 인수 제안이 '악의적'이라며 법적 대응에 나섰고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주요 일간지의 전면광고를 통해 거부의사를 분명히 했다. 이에 18일 오라클은 인수가를 기존보다 12억달러 올린 63억달러로 제시하고 역소송을 걸며 공세를 멈추지 않고 있다.
사실 오라클의 제안은 '적대적 인수'를 하지 않는 IT업계의 관례를 깬 파격 행동이었다. 게다가 그 시점도 피플소프트가 J.D에드워즈와의 합병계획을 발표한 지 나흘 만이었다는 점에서 논란이 된다.
전문가들은 오라클이 무리수를 두는 이면에는 합병의 성공에 상관없이 자사에 유리하다는 상업적 계산이 깔려 있다고 지적한다. 피플소프트를 인수하면 기업용 소프트웨어시장에서 자사의 입지가 올라가고 실패할 경우에도 경쟁사의 힘을 뺄 수 있다는 손익계산서가 반영된 행동이라는 것이다.
사실 오라클의 공동 설립자이자 최고 경영자(CEO)인 엘리슨은 아전인수격 행동으로 유명한 인물이다. 수차례 성형수술을 할 만큼 쇼맨십이 강한 엘리슨은 공개석상에서 경쟁사를 상대로 독설을 퍼붓는 등 그 동안 철저히 자사 이익에만 충실한 모습을 보여 왔다.
그러나 이번 M&A전의 최대 수혜자는 오라클이 아닌, 독일의 SAP가 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많은 전문가들이 피플소프트의 고객들이 오라클보다는 상품라인이 다양한 SAP를 선호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미 기업용 소프트웨어 시장 1위인 SAP의 입장에서는 점유율을 높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얻은 셈이다.
결국 엘리슨은 최대 경쟁사인 SAP에 '어부지리' 기회를 주고 자신은 실리도 명분도 잃을 위기에 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