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정부의 원칙과 기준
외환위기후 4번째 은행 파업인 조흥은행 노조 파업이 22일 끝났다. 이번 파업으로 노조는 당초 목표인 매각 철회를 관철하지는 못했지만 독자 경영과 고용 보장, 임금 인상이라는 명분과 실리를 챙겼다.
조흥은행 인수자인 신한지주사는 많은 것을 양보한 것 같지만 '은행 대형화와 시너지 강화'라는 실리를 챙겼다고 강조한다.
그렇다면 협상의 중재자 역할을 자처했던 정부는 무엇을 얻었을까. 이에 대해 김진표 부총리겸 재정경제부장관은 "노동문제에 관해 노사간 대화와 타협을 통해 해결하는 패러다임이 정착돼 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과거 정부가 자주 사용했던 공권력 투입이라는 극단적인방법을 선택하지 않고 대화와 타협을 통해 노사문제를 해결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이번 파업에 대처한 정부의 태도에 대해 여론은 그다지 좋지 않다. 또 정부가 '명분 없는 파업'에 끌려 다녔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대화와 타협에 너무 집착하다 보니 정부 스스로 원칙을 저버린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조흥은행 노조 파업 첫날인 지난 18일 정부는 불법 파업에 대해서는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 대처하겠다고 강력 경고하고 조흥은행 매각여부는 노조와의 협상대상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밝힌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파업기간 내내 정부는 협상을 통한 타결에 주력하는모습을 보였다. 겉으로는 불법 파업이라고 경고하면서도 사실상 파업의 정당성을 인정한 것이다.
공권력 투입이라는 극단적 방법보다는 대화와 타협을 통해 노사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데 이의를 다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하지만 거기에는 기준이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파업이 능사'라는 인식이 자리잡게 되고 결국 그것은 우리 경제의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될 수 밖에 없다. 지금도 묵묵히 열심히 일하는 노동자들을 위해 정부는 하루빨리 노사관계에 대한 원칙과 기준을 정립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