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과다 분양가" 문제
지난 서울4차 동시분양을 통해 공급된 강남구 도곡주공1단지 26평형의 분양가는 무려 4억2000만원에 달했다.
전용면적(18평형)을 기준으로 하면 1평당 2300만원이나 되는 셈이다. 이는 30대초반 봉급생활자의 연봉과 맞먹는 것으로 18년 동안 안 먹고 안 써야만 국민주택규모의 집 한 채를 마련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소비자 문제를 연구하는 시민의 모임'(이하 소시모)이 지난 3일부터 청약접수를 시작한 6차 동시분양 아파트 18곳의 분양가를 분석한 결과, 대지비를 지나치게 부풀린 아파트가 11곳, 건축비가 높은 곳이 9곳 등 대부분의 아파트가 분양가를 과다 책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용산구 청암동 LG자이 54평형은 대지비를 평당 2815만원(공시지가 평당 450만원), 건축비를 평당 934만원(평균 건축비 350만원)에 책정했다. 주택업체의 과다 분양가 책정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소시모가 지난 1년 동안 분양한 서울 동시분양 아파트 150여개의 분양가를 모니터링한 결과에 따르면 분양 차수가 거듭될 때마다 5~10% 정도씩 분양가가 높아져 왔다.
주택업체들은 주변 시세보다 10~20% 높은 수준으로 분양가 총액을 미리 정한 다음 이를 대지비, 건축비, 광고비, 운영비 등의 항목에 적절히 배분하는 편법을 쓰면서 분양가를 높여온 것이다.
아파트 사업 구조도 분양가를 올리는 요인이 되고있다.
예전만해도 주택업체에서 시행과 시공, 분양을 도맡아 처리했지만 최근들어서는 시행사, 시공사, 분양대행업체가 역할을 분담하고 있다. 이들이 모두 일정한 이윤을 추구하다보니 분양가가 높아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또 서울 동시분양 물량의 70~80%선을 차지하고 있는 재건축이나 재개발아파트 조합이 조합원의 이익을 추구하기 위해 조합원이 부담해야할 비용을 일반분양자에게 떠넘긴 것도 분양가 상승요인으로 작용했다.
일부 재건축 아파트의 경우는 일반분양가를 과다 책정하고 거기서 생긴 이익을 조합원들이 나눠먹고 있는 실정이다. 분양가 과다책정은 실수요자들의 내집마련을 어렵게 하는 것은 물론이고 기존 집값마저 부추기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신규 분양가 상승→기존 집값 상승→신규 분양가 상승의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부동산 시장의 불안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과다 분양가 책정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직접적인 규제책을 동원해야 한다.
우선 국민주택규모 아파트에 대해서는 지난 1998년 폐지한 `분양가 원가연동제'를 부활해야 한다. 분양가 원가연동제가 실시되던 98년만해도 분양가가 평당 350만원선이었으나 올들어서는 평당 1000만원을 뛰어넘은 것에서도 알 수 있듯이 분양가 상승의 원인이 된 분양가 자율화를 국민주택규모 아파트에 대해서만이라도 폐지해야 한다.
또 시장 투명성과 소비자의 알권리를 위해 분양원가 산출내역을 공개하도록 해야 한다. 산정근거가 공개되지 않는 한 주택업체의 분양가 `분식' 행위를 막을 수 없기 때문이다. 법원에서는 이미 주공아파트의 경우 분양원가 산출내역은 정보공개 대상이라는 판결을 내린 바 있다.
아파트는 일반 공산품과는 달리 `공공재'의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분양가 책정을 시장자율에만 맡겨 둘 수는 없다는 것을 정부는 깨달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