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부시가의 저주
전쟁에 이기고도 재선에 실패하는 부시가(家)의 악령이 되살아날까. 대통령 선거를 한해 앞두고 이라크 전쟁을 둘러싼 정당성 시비가 일파만파로 확대되며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궁지에 몰리고 있다.
전쟁 전 부시 행정부가 제기한 이라크 우라륨 구입설과 후세인 정권과 알카에다의 연계설이 과장됐다는 의혹으로 워싱턴 정가가 시끄러운 가운데, 18일(현지시간) 영국에서는 '영국 정부가 전쟁의 명분을 만들기 위해 이라크의 대량살상무기(WMD) 보고서를 조작했다'고 언론에 제보한 데이비드 켈리 영국 국방부 고문이 변사체로 발견됐다. 영국경찰은 그가 자살했다고 발표했지만 그의 사인에 대한 의문은 증폭되고 있다. 또 같은 날 미국에서는 최소 전쟁 발발 2년 전부터 부시 행정부가 이라크의 석유에 눈독을 들이고 있었음을 입증하는 문건이 공개됐다.
게다가 전쟁 종료 3개월째로 접어들었으나 미국은 아직 이라크에서 WMD의 존재를 입증할 증거를 찾아내지 못했다. 또 이라크 현지에서는 반군들의 게릴라식 저항이 거세지면서 18일 이라크전 미군 사망자 수가 1991년 걸프전 당시 미군 사망자수를 넘어섬에 따라 부시 행정부의 전후처리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더욱 고조되고 있다.
민주당은 내년 대선의 이슈를 명분없는 전쟁으로 몰아갈 것이 뻔하다. 공화당이 이를 효과적으로 극복하지 못하거나, 이라크전을 깔끔하게 마무리하지 못할 경우, 부시는 아버지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크다.
미 프로야구에는 "밤비노의 저주"라는 전설이 있다. 명문구단인 보스턴 레드삭스는 홈런타자 베이브 루스를 뉴욕 양키스에게 헐값에 트레이드한 이후 한번도 월드시리즈에서 우승하지 못했다. 이를 두고 야구팬들은 `밤비노(루스의 애칭) 저주' 때문이라고 믿고 있다. 전쟁에 이기고도 재선에 실패하는 `부시가의 저주'가 다음 대선에서 현실화될지 자못 흥미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