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평]환율정책 신중해야 한다

[시평]환율정책 신중해야 한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
2003.10.02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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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평]환율정책 신중해야 한다

 외환시장이 따끈따끈하게 달아 오르고 있다. G7 재무장관 회담에서 “유연한 환율정책”이라는 표현을 통해 달러화 약세가 예고된 이후 일본 외환시장은 물론 우리나라까지 그 여파에 몸살을 앓고 있다. 한때는 심리적 마지노선이라고 볼 수 있는 달러당 1150원선의 지지 여부가 시험대에 오르기도 했다.

 외환시장이 달아 오르면서 덩달아 부산해진 것이 한국은행이다. 드러내 놓고 말할 수는 없지만 아마도 최근 몇 차례의 외환시장 개입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필자는 한은에게 “신중하라”고 권고하고 싶다. 그 이유는 필자가 기본적으로 중앙은행의 외환시장 개입에 회의적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지금은 단순히 외환시장의 일시적 동요에만 관심을 두고 환율정책을 펼 때가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지금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여러 요인을 고려하여 바람직한 환율수준을 조망해 볼 때다.

 첫째로 현재의 환율수준이 경상수지의 장기적 균형을 엇비슷하게나마 보장해 주는 수준인가 하는 점이다. 이에 대한 대답은 상당히 자명해 보인다. 산업자원부가 1일 발표한 9월 수출입 실적을 보면 태풍피해와 노사분규, 그리고 추석 등에 따른 조업일수의 감소에도 불구하고 9월의 수출실적은 통관기준으로 172억 달러를 상회하여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무역수지의 흑자폭도 26억 달러를 초과해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12월 이후 최대를 기록했다. 이런 사실을 보면 업계가 무어라 엄살을 부려도 아직 원화 절상의 여력은 제법 남아 있는 것처럼 보인다.

 두 번째는 수입원자재의 원화가격 변동이 국내 물가수준에 미치는 영향이다. 이쪽에는 눈길을 끌만한 재료가 별로 없다. 물론 한 때 원유가격이 요동치기도 했고, 9월 소비자 물가가 태풍피해로 말미암아 일시적으로 불안한 양상을 보이기도 했지만 특별히 주목해야 할 만한 움직임은 없는 것처럼 보인다. 따라서 물가 측면에서 절상이나 절하를 거론할 근거는 없다.

 세 번째는 환율이 달러화 표시 1인당 국민소득의 단기적 변동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라는 점이다. 역사상 많은 나라들이 자국 통화의 절상에 의해 일인당 국민소득의 단기적 증가를 경험한 바 있다. 국민소득 2만 달러 시대 운운하는 이번 정권 역시 이런 “달콤한 마약”에서 눈을 떼기 어려울 것이다.

 문제는 해당 경제가 자국 통화의 절상을 충분히 감내할 만한 여력이 있는가 하는 점이다. 독일과 일본은 1970년대 초반 변동환율제가 시행되고 자국통화가 달러화에 강세를 보이게 되었지만 생산성 향상과 그에 따른 수출증대로 위기를 극복하고 선진국 대열내에 자국의 위치를 확고히 했다. 반대로 1997년 초 김영삼 정부는 일인당 국민소득 1만 달러 달성에 집착한 나머지 무리하게 원화의 고평가를 고집하다가 결국 외환위기를 자초하는 잘못을 범하기도 했다.

 물론 자국통화의 절상은 언제나 그리고 어느 경제에나 “으스스한” 납량특집이다. 그리고 그것에 의해 국가의 흥망이 왔다갔다 하기도 한다. 한때 그렇게 잘 나가던 일본 경제가 오늘날처럼 10년 불황에 허덕이게 된 먼 이유를 1985년의 플라자 합의에서 찾는 사람들이 많다. 영국 역시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무리하게 파운드화의 가치를 전쟁전의 수준으로 되돌리려고 하다가 대영제국의 몰락을 재촉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원화 약세가 능사인 것도 아니다. 평가절하를 통해 경제성장을 성취할 수 없다는 것은 훨씬 더 많은 경제학자들이 공감하는 진리다. 부시대통령이 달러화 약세를 무제한 추구할 수 없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한은은 신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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