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평]도덕성보다 무능이 문제
최근 노무현 대통령이 국민으로부터 재신임을 받겠다고 천명한 이후로 정국이 연일 들끓고 있다. 물론 재신임이 문자 그대로 “깜짝 카드”인 것은 분명하지만 노무현 대통령이 이런 극단적인 행동을 선택하게 된 상황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취임 이후 지속적으로 추락해 온 정권지지율에서 보듯이 국정의 전분야가 난맥상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재신임은 이런 총체적 난국을 돌파하기 위한 최후의 수단이라고 해석할 수도 있다.
그러나 필자는 재신임이라는 극단적 처방에 반대한다. 그러나 그 이유는 요즘 정치권이 운위하듯이 재신임이 위헌이라고 생각해서가 아니다. 위헌 여부는 헌법학자들이 판단할 문제다. 필자가 재신임에 반대하는 이유는 그것이 참여정부가 처한 난국의 원인을 잘못 진단한 데서 연유하는 잘못된 처방이기 때문에 그러하다.
물론 참여정부의 인기가 바닥권인 것은 사실이다. 그리고 무엇 하나 속 시원하게 해결되는 것이 없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그 이유가 이 정권의 정당성 부족 때문에 그런 것은 아니고 야당의 발목잡기 때문에 전적으로 그렇게 된 것도 아니다. 그것은 기본적으로 이 정부가 무능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문제의 올바른 해법은 정당성의 회복을 꾀하는 재신임이 아니라 무능한 정부를 유능한 정부로 바꾸는 환골탈태인 것이다.
필자는 정부에 대한 이런 비판이 경제 분야에서 특히 더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지난 경제 이슈를 하나씩 돌이켜 보자. 집권 후 첫 번째 시련은 아마도 신용카드사 문제였을 것이다. 그러나 “4.3 대책”이라는 관치금융식 땜질 정책 이후 과연 카드사 문제가 해결되었는가. 필자는 아직도 일부 카드사의 경우 어려움은 그대로 남아 있고 그 폭발성은 지난 봄 못지않다고 생각한다.
한국은행의 금리인하 정책은 또 어떠했던가. 지난봄의 금리인하를 통해 부작용 없이 경기가 회생했다고 믿는 사람이 있다면 나와 보라고 해보자. “토지 공개념”이라는 위헌과 합헌의 경계를 걷는 정책을 펴야 할 정도로 자산시장의 버블이 악화되는 동안 중앙은행은 도대체 어디를 쳐다보고 있었단 말인가.
경제 분야의 개혁입법을 책임져야 할 재경부는 제 역할을 다 했는가. 벌써 통과되었어야 할 증권관련 집단소송법안이 아직까지 한가하게 낮잠만 자고 있는 현실이 과연 소수당의 설움으로만 정당화될 수 있는가. 경기대책의 강도를 조절하고 각 부처간 이견을 조율하는 수석부처로서의 정책조정 기능은 제대로 수행되었는가.
참여 정부는 사태를 직시해야 한다. 많은 사람들이 참여 정부로부터 등을 돌리고 마음을 닫는 이유는 이 정부가 도덕적으로 크게 타락해서가 아니라 무능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문제를 제대로 풀기 위해서는 사람을 바꾸고 시스템을 정비하여 유능한 정부를 탄생시키는 것이 급선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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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관련하여 노무현 대통령은 지난 주 토요일 커다란 실책을 범했다. 내각과 청와대 보좌진이 일괄 사표를 제출했을 때 이를 반려하지 말고 정부 개혁의 시발점으로 삼았어야 했다. 적어도 청와대 내의 소위 386 참모들과 경제부총리를 포함한 경제팀을 경질했어야 했다. 그들을 그대로 유임시키는 것은 국민들을 안심시키는 것이 아니라 더욱 불안하게 만들 뿐이다.
지금도 늦지 않았다. 사실상 그 임기가 12월 15일로 고정되어 버린 각료들이 백년대계를 도모하리라고 생각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특히 총선출마에 관심이 있는 관료라면 하나라도 더 자신의 업적을 치장하는 정책에만 몰두할 가능성이 크다. 이런 경우 경제학의 가르침은 확고하다. 어차피 해야 할 일이라면 지금 당장 결행하라는 것이다. 그런 모습이 그토록 승리를 갈망하는 총선에도 더 유익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