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평]40대의 변심

[시평]40대의 변심

송의영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
2003.10.29 19:54
구글 선호 매체 등록 구글에서 머니투데이 추가하기

[시평]40대의 변심

 노 대통령이 드디어 강펀치를 날렸다. 눈감고 뻗은 주먹이 우연히 급소에 맞았다는 설도 있지만, 원래 노리고 있었던 카운터라는 해석이 우세하다. 아무튼 자만했던 상대가 휘청거리고 있다. 반격에 나서고 있지만 마구잡이로 휘두르는 주먹이 보기에 좋지 않다.

 대통령의 열렬한 지지자들은 환호하고 있다. 대통령의 모습이 좌군, 중군 다 잃고 친위대만으로 적의 심장부를 강타한 기마대장과 흡사하다. 하지만 대통령에게서 유능한 행정가를 기대했던 국민들에게는 재신임 정국이 영 씁쓸하기만 하다. 도장 살림은 다 집어치우고 밖에서 싸움만 하고 돌아다니는 사범을 모시고 있는 기분이다.

 지난 대선 때는 노무현 후보를 지지하는 청년층과 이회창 후보를 지지하는 노년층을 가르는 분수령이 40대에서 형성되었다. 하지만 최근의 여론조사에 의하면 이 40대에서 대통령을 불신임하겠다는 비율이 가장 높다. 이러한 40대의 변심에 대한 정확한 이유는 모르지만 필자 주위를 둘러보면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니다.

 필자가 자주 만나는 40대 초반의 사람들은 한국을 대표하는 집단이 아니다. 주로 일류대를 졸업하고, 미국의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딴 뒤 학교, 연구소, 기업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들이다. 교육 때문인지 이들의 성향은 대게 경제적으로 보수적이다. 미국식 자본주의를 신뢰하고, 개방이 우리 경제에 실보다는 득을 더 가져오리라고 믿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지난 대선 때의 입장을 보면 일반 40대와 크게 다르지 않다. 노무현 후보 지지자의 비율이 얼추 반은 되었으니까.

 하지만 이회창 후보에게서 멀어져 갔던 이유는 일반 국민과는 다소 달랐다. 아들의 병역비리 의혹도, 특정고 출신이 엘리트 정권을 형성할 것이라는 우려도 크게 작용하지 않았다. 빌라 사건이 났을 때도 이 후보가 호화 빌라에서 산다는 사실에 분개한 것이 아니었다. 눈에 핏발 선 민중들 속에서 대통령이 되겠다는 사람이 선거 직전에 보인 정치적 아둔함이었다. 그리고 전 정권 후반부에 발생한 수많은 정치적 호재에도 불구하고, 초반 우위나 지키다가 15회 판정으로 가겠다는 안이한 전략을 고수한 정치적 소극성이었다.

 서투른 좌파 정책으로 한국경제를 망칠지 모른다는 우려에도 불구하고 노 후보의 손을 들어준 것은 그에게서 정치적 센스와 개혁적 리더쉽을 기대했기 때문이다. 이 보수적 40대 집단이 이제 노 대통령에게 깊이 실망한 것은 조-중-동의 모략 때문이 아니다. 이들은 현 정권이 중도적 정권이라 생각하고 있고, 좌파정책에 대한 불안감도 없다. 실망의 유일한 이유는 노 대통령이 행정가로서 낙제에 가까운 수행능력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대통령 단임제의 장점은 재선을 염두에 둘 필요가 없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단점은 시간이 없다는 것이다. 노 대통령의 행보를 보면 이를 인식한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보수적인 목소리를 내고 있는 재경부와 다른 부처 간의 불협화음이 계속 정책 혼선을 빚고 있다. 대통령의 책무는 이 불협화음을 일관된 정책으로 유도하는 것이고, 이는 무인 시스템에 맡길 일이 아니다. 차도에도 인도에도 둘 다 빨간불이 켜져 있으면 수신호가 들어가야 한다. 밖에서는 성장이니 개방이니 각종 연설을 쏟아 내면서 정치적으로는 이에 반대하는 측에 은근히 힘을 실어주면 교통은 어디로 흘러가야 하나?

 경제는 계속 추락하고 한나라 당은 여전히 소극성과 아둔함을 보이고 있다. 대선비리 정국은 해가 바뀔 때까지 대통령의 행정부재를 더욱 악화시킬 공산이 크다. 한국 경제는 이미 성숙해 있어서 대통령이 아무 일도 안하고 있는 것이 차라리 더 났다는 외국인의 말에서 위안을 찾아야 하나? 그래서 오늘도 주가는 오르고 있나 보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