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평]국민성을 국가경쟁력으로

[시평]국민성을 국가경쟁력으로

윤창현 명지대 교수
2003.11.05 2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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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평]국민성을 국가경쟁력으로

처음 미국에 유학간지 얼마 안되서의 일이다. 학교우체국에 볼일이 있어서 잠깐 틈을 내서 갔는데 문제는 줄이 엄청나게 길다는 것이 있다. 꼬불거리는 줄을 따라가 보니 창구 세 개중에 두개나 직원이 공석 중이었고 한 개의 창구만이 직원이 배치되어 일을 하고 있었다.

더욱 답답한 것은 거구의 흑인 여성이 내 눈으로 볼 때 정말 굼뜨게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게다가 제일 앞의 고객과 농담까지 나누면서 말이다. 그 긴 줄에서 기다리는 사람들을 보면 우리나라에서는 상상하기 힘든 장면이었던 셈이다.

당장 고성이 터져 나오고 육두문자가 오갈만한 상황이었는데도 줄에서 기다리던 미국인들은 신기하리만치 조용히, 그것도 별로 내색도 하지 않고 꾸준히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한국 같았으면 줄 앞으로 가서 빨리 좀 하라고 호통을 쳤을 법도 했던 필자도 그 조용한 분위기에 눌려서 가만히 참고 있었다. 그러면서 속으로 생각했다. “미국사람들 꽤 참을성이 있군!”

 

그러나 나중에 깨달은 것은 미국사람들이 참을성이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 사람들이 참을성이 없다는 것이었다. 동남아 여행가서 식당에서 밥 빨리 달라고 외치는 것은 다 한국사람 뿐이라는 얘기를 들어보면 확실히 우리나라 사람들은 조급하고 참을성이 부족한 것 같다.

그러나 이와 비례하여 화끈한 데가 있다. 일본 유학생들이 일본 여성들에게 인기가 있는 이유가 바로 일본 남성에게서는 찾아보기 힘든 화끈함 때문이라는 얘기도 들린다. 마이클 포터교수는 한나라의 국민성도 중요한 경쟁력의 원천임을 지적하면서 이탈리아의 섬유패션산업을 예로 들고 있다.

디자인에 대한 안목과 색감이 유난히 까다로운 이탈리아인들을 만족시키지 못해서 수많은 기업이 도태되었지만 결국 이 시장에서 치열한 경쟁 끝에 살아남은 몇 몇 기업들은 자연스럽게 세계 일류가 되어 있더라는 얘기다. 국내최고가 세계최고가 된 것이다.

 

우리 국민들의 휴대폰 사랑은 가히 상상을 초월한다. 휴대폰 댓수가 3000만대를 넘어선 지금도 증가율은 떨어졌지만 그래도 꾸준히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공공장소는 물론 수업시간 공연시간에까지 심지어는 엄숙한 장례식장에서까지 예외 없이 휴대폰 벨이 울린다.

그뿐인가? 새로운 모델이 나오면 어떤 방법을 써서든 새로운 모델을 구입한다. 뒤지기 싫은 것이다. 아직도 무전기만한 벽돌 같은 휴대폰을 들고 다니며 통화를 하는 사람이 많은 런던이나 뉴욕과는 대조적이다. 인간관계의 네트워크를 중시하다 보니까 휴대폰이 없을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네트워크로부터의 소외를 가장 걱정하기 때문이라는 사회심리학적 분석 까지도 나오고 있다.

 

급한 성격, 인간관계의 네트워크를 중시하는 성격, 새로운 모델을 질세라 먼저 구입하는 악착같은 성격. 이런 것들이 결합되서인지는 모르지만 우리나라의 휴대폰은 올해 1~9월 수출증가율 41.4%를 기록하며 129억달러어치를 수출해 125억달러를 수출한 자동차수출을 4억달러 차이로 제치고 수출 2위 품목이 되었다.

 

단점과 장점은 항상 상대적이다. 단점도 이를 잘 알고 이용하면 장점이 될 수 있다. 급한 성격은 화끈한 추진력과 맞물려 있다. 지기 싫어하는 성격은 새로운 변화에 빠르게 적응하는 원동력이다. 네트워크를 중시하는만큼 팀웍이 잘 맞을 수 있다.

국내에서 우리 국민들이 키워낸 휴대폰 산업은 이제 수출의 효자가 되어 전세계를 장악해가고 있다. 수출대수로도 1억개를 넘은 휴대폰! 이것은 어쩌면 우리의 국민성을 잘 이해하고 이 뜨거운 열정들을 파괴적인 에너지가 아닌 국가발전의 창조적 열기로 통합해내는 리더쉽만 제대로 갖추어진다면 우리의 미래가 아직도 밝다는 증거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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