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평]현투증권 매각과 최소비용의 원칙

[시평]현투증권 매각과 최소비용의 원칙

전성인 홍익대 교수
2003.12.03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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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평]현투증권 매각과 최소비용의 원칙

정부는 지난 11월 25일 현투증권과 그 자회사인 현대투신운용을 푸르덴셜 금융회사에 매각하기로 본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그리고 이에 앞서 공적자금관리위원회는 11월 18일 이 계약에 필요한 공적자금의 지원을 승인하였다. 정부는 이 계약으로 증권 및 투신의 구조조정이 가속화되고 우리나라의 대외 신인도가 개선될 것이라고 말하였고, 증권시장은 관련 업종의 상승으로 이에 화답하였다.

그렇다면 무엇이 문제인가. 혹자는 외국계 금융기관에 매각된 것에 불만을 나타내고, 혹자는 매각가격의 적정성을 문제 삼기도 한다. 그러나 이런 문제는 모두 지엽적인 것이다. 문제는 돈이다. 2조원이 넘는 돈을 집어넣고 나중에 불과 수천억원이 되는 돈을 받기로 한다면 이것을 잘 했다고 칭찬할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이번 거래의 핵심은 바로 이것이다.

필자가 만난 많은 사람들은 현투증권이 제일은행처럼 이미 공적자금이 투입되어 정부가 대주주인 금융기관으로 착각하고 있었다. 따라서 그들이 현투증권을 빨리 매각하는 것이 추가적인 손실의 발생을 줄이는 방법이라고 생각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그러나 이것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 필자가 알기에 현투증권에는 애꿎은 소액주주의 돈은 상당 부분 들어가 있어도 정부의 공적자금은 아직 한 푼도 들어가지 않았다. 따라서 현 단계에서 정부가 현투증권에 대해 할 말이 있다면 그것은 금융기관의 건전성을 제고하기 위한 감독명령 정도일 뿐이다. 예를 들어 대주주에게 증자명령과 경영정상화 계획을 징구하고 그것이 안 되면 자산은 다른 곳으로 넘기고 회사를 정리하면 그 뿐이다. 주주와 채권자들이 일부 손해를 보겠지만 그것은 증권투자에서는 병가지상사이고 필요하다면 그들간의 소송으로 해결할 문제이다. 이렇게 처리하면 기본적으로 공적자금은 한 푼도 들어가지 않는다.

그러나 정부의 처리는 이것과 거리가 멀다. 정부는 현투증권을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하여 완전감자를 한 뒤, 출자 및 자산매입 대금으로 예금보험공사에 공적자금의 지원을 요청하려고 한다. 즉 2조원이 넘는 막대한 돈을 넣고 일부러 망해가는 회사의 대주주가 된 후 그 다음에 몇천억원에 이를 팔겠다는 것이다.

도대체 누구를 위한 거래인가. 금융시장의 불안정 운운하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증권사라는 것이 기본적으로 수신이 많지 않은 곳이므로 대량 인출사태라는 것을 상정하기 어렵고, 또 일부 투신펀드로서의 성격이 남아 있는 부분은 정의상 손실이 발생할 수 없기 때문에 그대로 다른 회사에 자산을 이전시키면 되기 때문이다. 증권이나 투신이 원칙적으로 예금보험의 대상이 아닌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따라서 무슨 말 못할 속사정이 없는 한 이번 매각은 도저히 상식으로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이다. 만일 실제로 말 못할 속사정이 있다면 정부는 국민의 세금을 사용하기 전에 그 사정을 명명백백하게 말하고 이런 방식을 취하는 것이 공적자금 사용의 대원칙인 최소비용의 원칙에 부합하는 것임을 적극적으로 입증해야 한다. 그러나 공적자금관리위원회의 승인과정에서 어떠한 논리나 증거도 국민에게 명시적으로 제시되지 않았다. 이것은 실질적인 위법이다.

지금의 형국은 국민의 돈으로 일부 증권시장 참가자들이 그들만의 잔치를 하고 있는 꼴이다. 뿐만 아니라 한투와 대투에 대해서도 동일한 방식의 잔치가 계획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국민의 돈은 아직도 눈먼 돈인 것이다. 공적자금관리위원회가 허수아비가 되어 버린 지금, 이제는 감사원이나 국회가 나서야 한다. 그래서 국민의 세금 쓰기가 하늘의 별을 따기보다 어렵다는 점을 일부 정신없는 공무원들에게 준엄하게 각인시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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