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Back to the Basic!

[기자수첩]Back to the Basic!

김진형 기자
2004.01.08 18:07

[기자수첩]Back to the Basic!

"두달간 허송세월 하다가 이제야 제대로 방향을 잡은 것이다."

LG카드가 채권단의 자금지원을 받고도 유동성 위기가 재발할 경우 LG그룹이 소요자금의 75%를 책임지도록 한 것에 대한 한 시중은행 임원의 반응이다. '제대로 방향을 잡았다'는 것은 무슨 얘기일까. 쉽게 말해서 일 저지른 사람이 책임지도록 하는 원칙으로 돌아왔다는 의미다.

LG카드 사태는 '조급함과 원칙부재'가 어떠한 결과를 가져오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줬다는게 두달여간 취재를 계속해 온 기자의 생각이다.

금융당국과 채권단은 'LG카드를 반드시 살려야 한다'는 데 매달려 성급하게 대응하는 모습을 자주 보였다. 갑작스럽게 주채권은행을 우리은행으로 변경해 충분한 검토없이 구조조정 계획을 만들었고 우선 2조원의 자금지원부터 했다. 2조원만 투입하면 새로운 주인을 찾아 더이상의 자금지원은 안해도 된다고 했지만 추가로 1조6500억원을 투입키로 했고 감자는 안해도 된다고 했지만 결국 44대1의 감자를 실시키로 했다.

이 같은 성급함은 결국 원칙이 깨지는 상황을 초래했다. 조급해지면 쉬운 방법을 찾기 마련이다. 실제로 이번 LG카드 과정에서는 대주주의 책임을 확실히 물어야 하고 손실은 공평하게 분담돼야 한다는 부실기업 처리의 원칙이 지켜지지 못했다. 부실의 책임자인 LG그룹 대주주들은 손떨고 나갔고 자금지원에는 '만만한' 8개 은행만 참여한채 나머지 금융기관들은 자금을 회수해 가는 어쩌구니 없는 상황이 이어졌다.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우리가 배운 교훈 중 하나는 '아무리 덩치가 커도 시장에서 퇴출될 수 있다'는 점이었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LG카드 처리 과정에서 초지일관 '반드시 살려야 한다'는 원칙으로 접근했다. 부실기업을 살려야 하는지 청산시켜야 하는지는 정확한 실사를 거쳐 결정돼야 한다.

백보 양보해서 정부 주장처럼 LG카드 청산이 실제로 금융시장에 막대한 피해를 불러 온다면 채권은행들에게 이를 확실하게 납득시켜야 했지만 채권은행들은 정부로부터 관련 자료조차 받아보지 못했다.

잘 모르겠으면 원칙으로 돌아가라고 했다. 원칙대로 할때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해법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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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형 금융부장

안녕하세요. 금융부 김진형 금융부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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