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증협회장 선출의 '여운'
"변화의 흐름을 읽어내지 못한 것 같다." 10일 증권업협회 총회에서 차기 협회장으로 황건호 전 메리츠증권 사장(53)이 선출된후 오호수 회장은 이같이 덤덤하게 말했다고 한다.
‘중소형사의 반란’이란 말이 나올 정도로 이번 협회장 선거전은 과정과 결과가 모두 예상을 벗어났다. 씨티, 메릴린치, 도이치 등 외국계증권사를 포함, 35개 정회원이 모두 참석했다. 그것도 대부분 회원사 대표들이 직접 자리를 채웠다. 대리인이 참석한 회사는 7개사에 불과했다. 특히 투표권이 없는 특별회원사도 6개사나 참석, 자신들의 의사를 분명하게 개진했다.
이같은 총회는 협회 50년사에 처음있는 일이었다. 1차에서 과반수 득표자가 나오지 않아 2차 결선투표까지 벌어졌다.
협회장후보추천위원이었던 한 증권사 사장은 "결과를 보고 깜짝 놀랐다"며 "변화를 바라는 회원사 사장들이 더 많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황 회장이 오래전부터 선거전에 대비해온 반면 오 회장이 너무 낙관했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학맥의 승리, 공약의 승리란 지적도 없지않다.
하지만 정부의 낙점없는 깨끗한 한판 승부가 이번 협회장 선거전에서 돋보였다. 오 회장과 황 회장은 대우증권에서 함께 일한 선후배 사이이기도 하다. 두 선후배간의 멋진 승부가 50대 초반의 젊은 협회장을 탄생시켰다고 할 수 있다.
공교롭게 오 회장과 막역한 친구사이인 이헌재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의 임명 발표가 이뤄지고 있는 시각에 투표 결과가 나왔다. 이 장관은 임명되고 오 회장은 회장직을 떠나게돼 증권가 일각에선 “증권사 사장들이 밥그릇을 발로 찼다”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이 떠나는 오 회장이 남긴 말처럼 변화 흐름이다. 오는 6월 투신협회장, 올해 출범하는 통합거래소 이사장 선출에서도 변화의 흐름은 이어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