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보이지 않는 손'과 '보이는 희생'
아파트 분양가에 대한 소비자들의 반발이 확산되고 있다. 스스로 원가를 산출해 분양가 인하 압박에 나서는가 하면 법적소송 등 단체행동을 하기 위한 작업까지 준비하고 있으며 급기야는 분양원가 공개 및 규제를 국민적 운동으로 확산시키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소비자들의 반발이 커지는 것은 20년치 월급으로도 내집마련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집값이 올랐고, 여기에 새 아파트 분양가가 적잖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인식 때문이다.
건설교통부는 이같은 여론을 의식, 최근 공공택지 값을 공개하고 주택공사 아파트의 건축비는 공개를 검토하겠다고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하지만 정부 대책에 기대를 거는 사람은 많지 않아 보인다. 오히려 국민과 대통령을 우롱했다고 보는 시각이 적잖다.
대책의 주요 내용으로 제시한 공공택지 값은 이미 공개되고 있는 데다 원가 내역이 빠진 땅값과 건축비만으로는 분양가 인하효과를 전혀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건설사와 주택공사가 분양원가 공개를 반대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기업비밀인데다 시장원리에 반하기 때문에 공개할 수 없다는 것이다. 대응 논리도 간결하다. 비싸면 안사면 되지 않느냐 하는 것이다.
집 문제는 다르게 볼 필요가 있다. 주택은 사회기반시설로서 국민의 삶의 질과 직결돼 있으면서도, 일반가계는 물론 한국경제 전체가 감내하지 못할 정도로 가격 상승압력이 높기 때문이다.
정부는 분양가 공개 및 규제와 관련, 자본주의 경제의 키워드인 `보이지 않는 손`, 즉 시장자율의 입장을 지키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보이지 않는 손`을 지키기 위한 서민들의 `보이는 희생`이 너무 크다는 것이다. `보이는 희생`을 조금이라도 줄이려면 공공택지값 공개 등의 사전적 정책이 시장에 어느정도 효과를 내야하는 것은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