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남북경협, 인프라구축 선행돼야

[기고]남북경협, 인프라구축 선행돼야

신동규 수출입은행장
2004.02.17 19:00

[기고]남북경협, 인프라구축 선행돼야

지난 2월초 제13차 남북 장관급회담에서 `개성공업지구와 금강산관광지구의 출입 및 체류에 관한 합의서'가 정식 서명됐다. 통행 및 신변안전 문제에 대한 남북간의 전향적 타결은 육로를 통한 경제교류 시대를 여는 의미가 있다.

이로써 4개 경협합의서 이후 남북간의 경제교류는 공식화, 제도화에 이어 구체화의 단계로 돌입했다고 볼 수 있다. 2003년 7억달러대를 돌파해 새 정부 출범 이후에도 증가세가 지속되고 있는 남북교역액을 감안할 때, 이는 남북경제교류의 양적 질적 발전에 있어서 또 하나의 진전과 함께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 사업의 경제성을 개선하는 데도 일조를 하게 됐다.

 

그렇지만 남북경협의 현장은 생각만큼 순탄한 것 같지 않다. 그동안 남북경제교류의 일선에서 북한측과 사업을 해왔던 기업인들은 남다른 애로사항이 많았다. 열악한 조건 속에서 대북 사업에 매달렸지만, 경제외적 불안정과 더불어 시장경제에 익숙하지 못한 북한측 사업파트너와의 이해조정이 쉽지 않았다.

따라서 대북 사업에서 이익을 실현하는 것이 제3국보다 어려웠던 것 또한 사실이었다. 최소한 제3국보다는 불리하지 않은 교역 및 투자조건, 금융지원 여건 등이 정착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남북경협이 당국간에 공식화, 제도화되지 않은 상황 속에서는 이를 해소할 적절한 수단을 강구하기가 어려웠다.

 

북한측은 외국인투자 유치를 위해 1990년대 초부터 본격적으로 외국인투자 법ㆍ규정들을 제정했으나 남한측을 공식적인 투자유치대상으로 인정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북한측은 남북간 4개 경협합의서의 정식발효와 함께 남한측의 대북 진출을 위한 내부법제 정비를 시작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아직 개성과 금강산 지역에 한정돼 있지만, 남한측의 투자유치를 위한 법ㆍ제도를 북한측이 고려하게 된 것은 그동안 남북경제교류가 일궈낸 중요한 성과일 것이다.

 

그동안 남북협력기금의 수탁기관인 수출입은행은 이러한 공식화ㆍ제도화ㆍ구체화되고 있는 남북관계의 진전에 발맞춰 남북협력의 지원에도 역점을 둬 왔다. 또 중소기업의 대북 사업 애로사항의 해소에도 관심을 기울였다.

최근 남북협력기금 지원제도의 개선에 이어 신용보증기금과 함께 남북경협사업에 대한 연계지원 프로그램을 마련해 신용지원을 확대하고 있다. 2004년도에는 기업의 경협 시행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을 경감시켜주는 손실보조제도도 시행할 예정이다. 향후 남북당국간 대화가 원활하게 진행된다면 대북 경제교류가 제3국에 비해 불리하지 않은 여건이 구축될 것으로 전망된다.

 

북한의 핵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상황에서 적극적인 대북 투자, 경제사업을 진행하기는 힘들 것이다. 그렇지만 6자 회담을 통한 북한 핵문제의 타협 가능성이 증가되고 있는 국제적 상황변화도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

 

인도적 지원 등 남북경제협력의 여건조성을 위한 대북 사업은 지속돼야 하겠지만, 대북 경제사업은 경제성의 논리가 적용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또 일반적인 금융관행을 넘어서는 금융지원도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이 점에서 남북경제교류 당사자중의 하나인 북한측의 협조가 필요하다. 북한은 시장 친화적인 조치의 지속적 도입 등 남북경제교류환경 개선에 노력해야 할 것이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