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적대적 M&A 열풍

[기자수첩] 적대적 M&A 열풍

이웅 기자
2004.02.18 20:37

[기자수첩] 적대적 M&A 열풍

바야흐로 M&A(인수합병)의 계절이 돌아왔다. 한동안 잠잠했던 기업간 M&A 전쟁이 전세계적으로 다시 불붙기 시작한 것. 경제와 증시의 체력이 점차 회복되면서 오랜 동면에 빠졌던 기업들이 성장의 돌파구로 앞다퉈 M&A를 선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가운데서도 특히 두드러진 현상이 '적대적 M&A'다.

지난해 시작된 미국 오라클과 피플소프트의 인수 공방에 이어 케이블 TV업체 컴캐스트와 월트 디즈니가 대열에 가세했다. 유럽에서는 프랑스 제약회사 사노피-신데라보가 스위스의 아벤티스 인수를 시도하고 있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상장기업의 경영권을 노리는 '무서운' 개미들이 출현으로 경계령이 내려지는 등 증시 주변 10여곳의 기업들이 적대적 M&A에 휘말린 상태다. '열풍'이라 할 만하다.

적대적 M&A는 한때 기업사냥의 수단으로 치부, 도덕적 지탄을 받았다. 30년전만 해도 미국 M&A 시장의 선두주자인 모간스탠리와 골드만삭스조차 탐탁찮아 했었다. 그러나 1974년 모간스탠리가 세계 최대 배터리업체였던 일렉트릭 스토리지 배터리(ESB)의 인수전에 뛰어들면서 변화가 생겼다. 당시 ESB는 골드만삭스를 고용, 모간스탠리에 맞서게 했다. 모간스탠리가 M&A 사냥꾼으로, 골드만삭스는 M&A의 수호자로 이미지가 각인되기 시작한 것은 이때부터다. 이후 양사는 때로 공수를 바꿔가며 시장을 이끌어 왔다.

하지만 부정적인 이미지와는 달리 적대적 M&A는 실제 증시에서는 호재로 여겨진다. 기업과 경제에 대한 경영자들의 신뢰를 반증하는 것이라 판단 때문이다. 기업이 '과감한' 사업확장을 시도하는 것은 그만한 위험을 감수할 만큼 경제에 확신을 갖기 시작했음을 의미한다. 이는 적대적 M&A가 기업들의 전략적인 경영수단으로 자리잡았음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일반적인 기업활동만으로 투자자들의 성장 요구를 충족시키기 힘들 때 적대적 M&A가 등장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 우리 시장에서 이는 '열풍'을 바라보는 시각은 긍정적이지만은 않다. 경영 참여를 표방했지만 진짜 의도는 시세차익일 지도 모른다는 의혹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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