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소액주주 커지는 힘
단기적인 주가 부양을 요구하거나 주총장에서 '공허한' 큰소리를 치던 소액주주들이 달라졌다. 기업가치 제고, 자본과 경영의 분리, 투명경영을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 등 기업의 정책을 당당하게 요구하고 나서고 있는 것이다.
현대엘리베이터 소액주주 모임이 23일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현대그룹과 금강고려화학(KCC) 양측에 지지측 선정을 위한 기준을 제시했다. 이들이 내놓은 4가지 기준과 10가지 체크포인트는 주로 기업경쟁력 제고와 투명경영 실천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현대그룹과 KCC가 모두 소액주주 우대정책을 펼치겠다며 선명성 경쟁을 벌이고 있는 기회를 파고 들며 고배당, 기업가치제고,사외이사추천제 등을 요구하고 있다.
소버린자산운용과 표대결을 앞둔 SK(주)가 지난 22일 이사회에서 사외이사 비중을 70%까지 확대하는 등 소액주주들이 요구해온 획기적인 지배구조 개선안을 내 논 것도 소액주주를 다독이기 위한 전략중 하나다.
당장 주총에서 한 표가 아쉬운 기업이 아니더라도 소액주주들의 이같은 목소리를 외면할 수 없는 시대가 됐다 총수 1인 지배, 황제경영 형태에 대한 근본적인 개선없이 기업경영이 어렵게 된 셈이다. 주주들의 참여와 견제 속에서 성장을 추구하고, 과실을 나누는 '주주 자본주의'가 꽃피고 있다는 증거다.
하지만 소액주주 운동은 좀 더 성숙해져야 한다. 기업은 장기적 안목으로 투자하고 성장 전략을 짜나가는 만큼 소액주주들도 당장 주가를 끌어올릴 수 있는 이슈나 과도한 배당 등에 집착해서는 안된다.
한 대기업 재무담당임원은 "주가가 떨어지면 주주라는 분들의 전화가 빗발쳐 정상적인 업무가 어려운 때도 있다"며 "이들은 소액 '주주'라기 보다는 소액 '투자자'에 불과하다"는 지적을 깊이 의미해 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