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FT의 소버린 편들기
"한국 최대 정유사인 SK의 미래를 둘러싼 갈등이 한국 언론으로 확대됐다. SK 현 경영진에 반대하는 외국인 주주들은 이사회에서 유죄 선고를 받은 사기꾼들을 방출하려는 목적으로 전면광고를 제작하면서 언론과 갈등을 빚었다."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FT)가 29일(현지시간) 오후 늦게 온라인판으로 보도한 SK 기사의 도입부분이다.
FT는 소버린측 한 관계자의 발언을 인용해 소버린측이 내달 SK의 주총에서 소액주주의 지지를 끌어 내기 위해 전면광고를 제작했으나 주요 언론에서 석연찮은 이유로 게재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FT는 기사 앞머리부터 SK의 일부 이사에 '사기꾼들'(fraudsters)이라는 단어를 사용해 편파적인 모습을 보였다. 더욱이 '사기'(fraud) 뒤에 붙은 사람 접미사인 'ster'는 영어에서 경멸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
FT는 8단락으로 구성된 이날 기사에서 한 단락을 할애해 모로코에 본사를 둔 소버린이 SK의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앞장서고 있고 정격유착 의혹을 받는 국내 언론은 소버린에 적대적인 보도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자세하게' 설명했다. 특히 이 신문은 소버린측의 주장이 사실일 경우 한국 재벌이 광고를 통해 국내언론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점이 사실로 드러난 사례이며 SK는 한국 3대 재벌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대조적으로 FT는 자사의 보도 내용에 대한 주요 일간지와 SK측의 반응은 모두 한 단락으로 '간략하게' 처리했다.
이날 FT의 기사에는 기업 투명성을 강조하는 소버린이 007작전을 방불케 할 만큼 극비리에 소액 주주와 접촉하고 정작 자신들의 실체는 공개하지 않는 등 불투명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지적은 한 군데도 없었다.
SK의 일부 이사들이 법을 어긴 건 분명 잘못이고 그래서 법적인 처벌과정에 있다. 그렇다고 그들이 FT로부터 경멸적인 표현의 사기꾼이라는 말까지 들어야 하나. 그들은 엄연히 기업인들이다. 세계적인 경제지는 이렇게 거친 표현을 마구 써대도 되는 건지, 도를 지나친 느낌이다. 아울러 유감스럽게도 FT도 이미 외국신문으로서 또하나의 외국자본 편들기를 하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