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캘퍼스의 '안티'

[기자수첩] 캘퍼스의 '안티'

최규연 기자
2004.03.02 16:55

[기자수첩] 캘퍼스의 '안티'

“월트 디즈니의 최고 경영자( CEO)인 마이클 아인스너에 대한 신뢰를 완전히 잃었다.”

캘리포니아 주정부 연금기금(CalPERS, 이하 캘퍼스)이 최근 미국 최대 엔터테인먼트 그룹인 디즈니를 상대로 선전포고를 했다. 미국의 대표 기업 가운데 하나인 디즈니는 지난 수년간 흥행작을 내지 못하고 최근 전현직 경영진의 내분과 공개 인수합병(M&A) 위기 등 내우외환에 빠졌다. 캘퍼스는 경영진의 무능력을 보다 못해 이들의 퇴진을 공개적으로 요구하고 나섰다.

미국 최대 연기금인 캘퍼스의 등장으로 오는 3일 필라델피아에서 열리는 디즈니의 연례 주주총회는 더욱 흥미진진해졌다. 이날 주총에서 디즈니 주주들은 현 경영진에 대한 재신임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지난 1984년 이후 디즈니를 이끌어 온 아인스너의 운명도 이날 결판나게 된다.

운용자산이 1550억달러에 달하는 캘퍼스는 그 동안 기업 투명성 제고와 지배구조 개선에 앞장서 왔다. 캘퍼스는 미국 주주 행동주의의 대표격인 기관투자가 협회(CII)를 결성하는데 주도적인 역할을 담당했고 매년 ‘최악의 기업’을 발표해 지배구조가 불투명한 기업에 직접적인 압력을 행사했다.

캘퍼스는 지배구조가 불투명한 곳에 언제나 비판의 칼날을 겨눴다. 캘퍼스는 지난해 과다 연봉 논란을 샀던 리처드 그라소 뉴욕증권거래소(NYSE) 전 회장의 사임에도 결정적인 역할을 담당했다. 미국 최대 신용카드사인 아메리칸 익스프레스의 제임스 로빈슨과 미국 최대 정보기술(IT) 종합 기업인 IBM의 존 애커스 등도 캘퍼스의 사임 압력 속에 회사를 떠났던 경영자들이다.

캘퍼스의 ‘안티’ 선언 이후 뉴욕과 뉴저지, 오하이오 등 주요 주정부 연기금도 줄줄이 캘퍼스에 동참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들 연기금의 디즈니 내 지분은 총 2%에 불과하다. 그러나 캘퍼스가 ‘안티’에 나섰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디즈니 경영진은 자신들의 미래를 장담하기 어려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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