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로치의 경고
"가엾은 그린스펀" 영국의 이코노미스트지는 최근호에서 미국경제의 회복이 자산가격 상승과 가계부채에 의존한 허구일 뿐인데도 연방준비제도(FRB) 이사회 의장인 그린스펀이 이점을 간과하고 있다며 딱하다는 견해를 피력했다.
현재의 인플레이션 수준이 낮긴 하지만 저금리가 자산가격의 인플레이션을 가중시키는 위험을 안고 있으며 미국 경제가 지금보다 더 빚으로 중독되면 나중에 금리를 올리고 싶어도 금리인상은 더 힘들 것이라는 게 이 잡지의 진단이었다.
미국 GDP가 지난해 4.3% 성장했음에도 소비자들의 수입은 겨우 1% 증가했을 뿐이며, 이런 상황에서 지난해 하반기 소비지출이 4.7% 늘어나고 집값과 주가가 오른 것은 저금리에 따른 대출에서 비롯된 것이므로 이에 대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얘기였다.
이 같은 맥락에서 FRB가 지속적으로 거품을 만들고 있다고 지적해왔던 모간스탠리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스티븐 로치가 지난 8일 파격적인 금리인상론을 들고 나왔다. 현재 1.0%인 연방기금 금리를 3.0%로 올리자는 주장을 편 것.
로치는 2.0%의 금리인상이 경기침체를 부르거나 정치적인 공격을 받을 위험을 안고 있지만 독립적인 중앙은행이 현재 초점을 맞춰야 하는 것은 거품붕괴를 막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거품붕괴로 인한 일본식 장기불황에 대한 경고도 잊지 않았다.
그의 주장과 달리 대부분의 이코노미스트들은 금리 인상의 효과에 대해 회의적이다. 리먼브러더스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에단 해리스는 2.0%의 금리인상으로 인해 성장률이 절반으로 줄어들고 실업이 급증해 디플레이션 위험을 가중시킨다며 반박하고 나섰다.
갑론을박에도 불구하고 그린스펀의 입장은 이번에도 변화가 없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저금리와 빚에 기댄 ‘비이성적인 풍요’에서 깨어나야 한다는 금리인상론자들의 말이 그리 공허하지만은 않아 보인다. 저금리와 빚에 기댄 집값 폭등, 가계대출 급증 등의 사례가 한국과 별반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