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탄핵, 모델하우스가 여의도 점령
헌정 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안이 국회에서 가결된 날 저녁, 여의도 국회 앞은 탄핵안을 반대하는 사람들로 가득 메워졌고 여의도는 자동차와 사람들이 뒤섞여 인산인해였다. 이날 한국 주식시장에서는 탄핵 충격으로 인해 시가총액 10조원이 증발했다.
그 전날인 11일은 3월물 만기일이었다. 이날도 여의도 한켠은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여의도 굿모닝신한증권 본사와 LG투자증권 본사가 들어선 LG트윈타워 사이에 있는 '통일 주차장' 분양 타운에는 10일부터 11일까지 청약을 받는 'LG구로자이' 청약에 수천 명의 사람이 몰려 들었다.
청약자들은 정사각형 모양의 통일 주차장을 절반 가까이 띠를 두르며 늘어서서 청약에 관한 정보를 주고받느라 여념이 없었다.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젊은 사람도 있었고, 나이가 지긋한 초로의 노인도 있었다. 간간히 '새치기'를 탓하며 '일부러' 원성을 높이는가하면 여기저기서 다소 차가운 봄바람을 탓하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같은 시간 여의도 증권사 본사의 객장에는 10명이 채 안되는 고객들이 만기일 '트리플 위칭'을 우려하며 한숨을 쉬고 있었다. 트윈 타워 고층에서 바라본 통일 주차장의 풍경은, 주가가 올라도 돈을 버는 사람들이 없고 이전처럼 많은 이익이 나지 않아 풀이 죽은 증권사와 대조를 보였다. 증권사의 한 직원은 "객장에 있기보다 돈을 들고 통일 주차장에 가는 게 낫지 않느냐"고 농담을 건네기도 했다.
최근 여의도를 찾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다. 그러나 여의도를 찾는 사람들은 정치인들의 무기력과 비상식을 규탄하는 사람들이거나 아파트 모델하우스를 찾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올들어 주가는 상승세를 보였지만 외국인 잔치였을 뿐 국내 투자자들은 무관심이다. “값이야 어찌됐건 아파트라도 남지 않느냐”는 한 청약자의 말이 귀에 남는다. 투기꾼들도 상당히 섞여 있겠지만, 불안한 세상에 부동산 투자를 선호하는 심정이 이해가 가는 현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