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은행연합회의 무임승차

[기자수첩]은행연합회의 무임승차

반준환 기자
2004.03.23 12:18

[기자수첩]은행연합회의 무임승차

"신용정보업체들이 독자적으로 여신정보를 수집하는 것보다 은행연합회가 수집하는 정보를 활용하는 게 바람직하다" 신동혁 은행연합회장이 최근 공식 석상에서 개인신용정보사업(CB·크레딧뷰로)에 대해 입장을 밝혔다. 신용불량자 정보만 집중시켜 놓은 은행연합회가 우량고객 정보 내역까지 집중시켜 사실상 CB시장에 뛰어들 것임을 밝인 것이다. 신회장은 내부규약 수정도 준비하고 있다고 말해 이미 사업이 상당히 구체화되고 있음을 시사했다.

 

CB사업은 기업들에게 신용등급을 부여하는 것처럼 개인들에게도 점수화돼 신용등급을 부여하는 제도다. 단순 연체사실을 잣대로 규정하는 신용불량자 제도를 대신해 금융기관에는 보다 정확한 신용정보를 제공하고, 넓게는 인권침해문제도 해결할 수 있는 제도로 평가된다. 또 신용불량자로 낙인찍혀 경제생활을 봉쇄당한 수백만명의 청년 실업자들을 구제할 수 있는 근본 방안이기도 하다.

 

이같은 장점을 내다 본 한신평정보나 한국신용정보 등 신용평가사들은 수년전부터 CB사업을 준비해 왔다. 최근에는 대부업체들까지 끌어들여 은행부터 서민금융기관, 비제도금융기관까지 아우르는 CB망을 만들고, 시범적 형태의 CB서비스도 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 은행연합회가 갑작스레 CB사업 진출 의사를 보이자 민간 신용정보사들이 반발하는 것은 당연하다. 지금까지 시스템을 만들고 금융기관을 규합하느라 진땀을 빼 본 궤도에 올려놓자 은행연합회가 그 공을 가로채려 하니 말이다.

 

은행연합회는 공공기관적 성격을 일부 지니고 있다. 그동안 신용불량자정보도 관리해 왔고 신용정보도 은행연합회에 집중되고 있다. 이같은 점을 살려 CB사업을 추진한다면 말릴 일은 아니다. 하지만 신용정보회사의 설 자리를 빼앗고 자기 밥그릇을 챙기기 위해 뒤늦게 사업에 뛰어드는 모습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민간업체가 만들어 놓은 토양 위에 무임승차하는 것은 은행연합회가 할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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