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증안기금의 대박 비결
여의도 한국증권금융 빌딩 9층. 한 구석에 '증안기금 사무국'이라는 자그만 팻말이 붙어있다. 모두 5명의 직원이 지난 1996년 4월9일 증안기금 해산 결의이후 기금의 청산 업무를 맡아왔다.
사무국장은 증권업협회 출신으로 상장사협의회 임원이고 4명의 직원중 2명은 여직원이다. 사무국에서 주식운용을 실제로 해본 경험이 있는 직원은 남자 직원 1명뿐이다. 그는 예전에 생명보험사 주식운용부에 근무한 적이 있다.
오늘 5월3일 청산을 앞둔 증안기금은 현재 6000억원가량의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이중 1700억~1800억원어치가 주식이다. 보유종목은 14개 종목으로 삼성전자, SK텔레콤, 현대차, 국민은행, POSCO, LG전자, 신한지주, 신세계, 삼성SDI, S-Oil 등 우량주들이다. 주당 장부가는 삼성전자의 경우 현재가의 25분의1, SK텔레콤은 35분의 1수준이다. 웬만한 종목들이 10배 이상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최연식 사무국장은 "전문인력을 갖춘 것도 아니고 리서치를 할 수도 없는 만큼 부실한 주식을 계속 정리하다보니 우량주만 남게됐다"고 대박의 `비결'을 설명했다. 증시안전판 역할을 해야했기 때문에 주가가 급락할때 우량주식을 팔지 않고 버틴 것이 오히려 대박을 안겨준 셈이다.
반(反)시장적인 기구의 대명사였던 증안기금의 운용방식이 결과적으론 가장 시장적인 운용을 해왔다고 하면 지나친 역설일까.
증안기금은 90년에 설립당시 출자받은 4조8000억원을 모두 돌려주고 지난해말 1조2000억원의 이익을 배당했다. 그리고 지금 6000억원의 자산을 가지고 있다. 증안기금이 90년 설립과 함께 전 상장사를 대상으로 하루에 700억~800억원씩 무차별적으로 주식을 사들였고 같은해 10월에는 깡통계좌 정리에 앞장 섰던 점을 감안하면 놀랄만한 성과다.
`팔면 상한가 사면 하한가'에 나가 떨어지는 개인투자자들이 눈여겨 볼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