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정치판에서의 문화충격

[기자수첩] 정치판에서의 문화충격

송기용 기자
2004.03.29 18:55

[기자수첩] 정치판에서의 문화충격

"내가 아직 정치감각이 부족한가 봅니다. 내 상식으로는 이해가 안되지만 그게 정치판 원칙이라면 배워야 겠죠. 실제로 국민들에게 통하기도 하고.."

17대 총선에서 기성 정치권 진입을 시도하고 있는 경제계 출신 인사들이 적지않은 문화적 충격에 시달리고 있다고 한다. 이윤추구를 최고의 목적으로 하는 기업에 몸담아온 이들은 대의명분(大義名分)을 위해 손실을 감수하고 불확실성에 몸을 던지는 정치인들의 선택에 깜짝 깜짝 놀라곤 한다.

창고당사와 천막당사는 그 대표적 사례다. 여의도 최고급 건물에 둥지를 틀었던 열린우리당은 최근 청과물 공판장으로 쓰던 영등포의 한 허름한 건물로 당사를 옮겼다. 당사임대료로 쓰인 창당자금중 일부가 불법 대선자금이라는 사실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정동영 의장은 당내 인사들의 만류를 뿌리치고 하루라도 부정한 자금이 들어간 당사에 있을수 없다며 폐공장부지던 한강둔치건 당장 옮겨야 한다는 주장을 관철시켰다.

한나라당은 더욱 극적이다. 박근혜 대표는 신임대표로 선출된 직후 '차떼기당' 꼬리표를 떼겠다며 여의도 공터에 천막이라도 치라고 지시했다. 엄명을 받은 당 사무국은 부랴부랴 천막당사를 세웠고 박대표는 다음날 기존 당사 현판을 떼내 ‘천막 당사’ 에 내거는 한바탕 정치극을 연출했다.

한 재계 출신 후보는 경제논리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결정이라고 속내를 털어놨다. "열린우리당이나 한나라당이 멀쩡한 당사를 이전하는 과정에서 추가로 임대료를 지출해야 하고 이전비용도 만만치 않을 텐데 그거는 누구 돈으로 지불하는 걸까요? 어차피 국민의 혈세 아닌가요? 하지만 국민들이 그런 정치행위에 감동받는 것을 보면 제가 감각이 부족한가 봅니다."

현대그룹 스타 최고경영자(CEO)에서 정치권으로 이적한 이계안 열린우리당 후보도 대의명분을 중시하는 정치세계에 적응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자신이 가진 장점을 포기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경제계 출신 인사들은 기성 정치인에게서 찾을수 없는 실물경제 경험이라는 소중한 자산이 있습니다. 제가 가진 경험이 국민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자신합니다."

이번 총선에서 얼마나 많은 경제계 출신 인사가 정치권 진입에 성공할 것인지 그리고 이들이 자신들의 자산을 잃지 않고 대의명분을 챙길수 있을지 관심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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