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0점 은행들'

[기자수첩]'0점 은행들'

김진형 기자
2004.05.03 07:33

[기자수첩]'0점 은행들'

금융감독원은 2일 카드사 연체율이 9개월만에 하락했다고 발표했다. 연체추이가 하향 안정단계에 진입한 것으로 보인다는 해석도 덧붙였다. 은행들의 1/4분기 실적발표가 끝난 이후 애널리스트들도 대체적으로 카드 문제는 진정되고 있는 것으로 평가했다. 금감원의 해석이 정부의 '낙관론'만은 아니라는 얘기다.

하지만 불안감은 계속되고 있다. 카드문제가 일단락되자 또다른 문제가 금융권을 긴장시키고 있는 것. 바로 중소기업이다. 1/4분기말 은행들의 중소기업 연체율은 일제히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렸다. 정부는 중소기업들이 발행했던 채권을 만기연장토록 하고 은행들에게는 적극적인 중소기업 지원을 요청하고 있다.

외환위기 당시 대기업이, 외환위기 극복과정에서는 가계가, 그리고 이제는 중소기업이 차례로 금융기관들의 불안요인으로 등장하고 있는 셈이다. IMF 이전 금융기관들이 리스크관리라는 '개념도 모른채' 대기업에 마구 퍼주었던 대출이 부실화됐고 대기업에 데인 금융기관들이 리스크관리를 '소홀히한채' 가계에 경쟁적으로 대출했다가 또다시 화상을 입었다. 가계가 위험하다고 하니 금융기관들은 지난 2년간 또 경쟁적으로 중소기업 대출을 늘렸다. 그리고 그 중소기업 대출에 빨간불이 들어와 있는 것이다.

물론 중소기업 부실이 현실화된다고 하더라도 문 닫는 은행은 없을 것이다. 지난해 가계부실에 이어 SK글로벌, 그리고 LG카드까지 잇따라 터진 악재에도 간판을 내리는 은행이 한곳도 없었던 것처럼 말이다. 실제로 신규 영업은 하지 않고 그동안 대출해 놓은 이자만 받고 살아도 1년에 1조원이 넘는 수익을 낼 수 있다는 한 은행이 지난 한해동안 무려 5조원에 달하는 대손충당을 했지만 건재하다.

97년 외환위기 당시 국내 간판급 은행들이 줄줄이 무너지던 일을 생각하면 국내 은행들의 안정성이 그만큼 개선됐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하지만 가계부실이 현실화되기 이전부터 각종 연구기관과 언론이 수차례 '가계發 금융위기' 가능성을 경고했지만 가계부실의 현실화를 초래했던 전례를 생각하면 최근 중소기업의 문제는 또다시 불안감을 느끼게 한다.

우리 은행들이 문닫지 않을 정도의 안정성은 갖췄을지언정 규모에 걸맞는 돈을 벌 수 있을만큼의 리스크관리 능력과 수익성을 갖기까지는 아직도 멀었다면 너무 지나친 폄하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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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형 금융부장

안녕하세요. 금융부 김진형 금융부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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