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클릭]"제주도에서 이룬 소원"

[현장클릭]"제주도에서 이룬 소원"

제주=김진형 기자
2004.05.17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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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클릭]"제주도에서 이룬 소원"

제주도에서 15일부터 3일간의 일정으로 열린 아시아개발은행(ADB) 총회에서 국내 은행장들은 오랜 소원을 하나를 이뤘습니다. 바로 미팅룸이 마련됐다는 것입니다. 미팅룸 하나 만드는게 왜 그리 오래된 소원이냐구요?

ADB나 IMF, 세계은행 총회 등 국제회의에는 전세계에서 수많은 금융기관들이 참여합니다. 회의 기간은 그야말로 금융외교의 한마당이 됩니다. 이번 ADB 총회에도 세계 최대 금융기관인 씨티그룹을 포함해 전세계에서 수많은 금융회사들이 제주도에 모여 활발한 접촉을 가졌습니다.

이런 대규모 국제회의에서는 주최측이 개최 도시내 호텔에 소위 블럭을 걸어버립니다. 행사기간 중 다른 사람들의 이용을 제한하기 위해서죠. 그리고 호텔을 배정하는데, 나름대로의 원칙(?)이 있습니다. 바로 금융회사의 지명도, 규모 등의 순서입니다. 이러다 보니 국제회의에서 우리나라 금융회사들은 호텔 방 잡기도 쉽지 않다고 합니다. 씨티그룹 같은 세계적 금융회사는 호텔 한층을 통째로 배정받아 여러개의 미팅룸을 만들 수 있지만 국내 은행들은 불가능한 거죠. 미팅룸이 없으니 우리나라 은행장들은 국제회의에 가면 이 호텔, 저 호텔을 돌며 투자자들을 찾아 다닙니다.

하지만 올해 ADB는 상황이 달랐습니다. 바로 주최국이 우리나라였기 때문에 우리나라 은행들에게 배려가 이뤄진거죠. 재경부가 국내 은행들을 위해 호텔에 블록을 걸어줬습니다. 국민은행과하나은행등은 중문단지내 롯데호텔 등에 자리를 잡고 미팅룸까지 설치했습니다. 이러니 우리 은행들도 이번에는 투자자들을 찾아가지 않고 부를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실제로 은행들은 은행장만이 아니라 부행장들까지 대동하고 내려와 아침부터 밤까지 원없이(?) 투자자들을 미팅룸으로 불렀습니다.

제주도에서 만난 김승유 하나은행장은 "매번 국제회의 때마다 우리도 미팅룸에서 기다리고 투자자들이 찾아오게 해봤으면 했는데 이번에 소원을 이뤘다"고 말하더군요. 김정태 국민은행장도 "이번에는 만난 투자자들의 대부분이 우리 쪽으로 찾아왔다"며 "주최국이 되니까 이런게 좋구나 했다"며 활짝 웃더군요. 오히려 중국이나 일본의 투자자들이 그렇게 찾아오면서 좀 기분 나쁜듯한 표정이었다고 은행 관계자들은 전했습니다.

ADB가 설립된 1966년 한국은 ADB에서 많은 대출을 얻어다 쓰던 빈곤국 중 하나였습니다. 하지만 이제 한국은 아시아개발펀드(ADF)에 많은 돈을 기부할만큼 성장했습니다. 이번 총회에서도 한국은 ADF 70억불 보충 합의에 주도적인 역할을 했고 1억1300만 달러를 내놓기로 했습니다.

게다가 국민은행과 우리은행 등은 세계 100위권 안에 드는 규모가 큰 은행입니다. 하지만 한국에서 개최하는 국제회의에서나 이렇게 미팅룸을 만들 수 있는 것이 아직은 우리의 현실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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