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인터뷰]한국출신 물리학자가 본 템플턴
템플턴 경은 무척 부지런하고, 목표가 뚜렷한 열정적인 인물이다. 템플턴 재단이 세계의 여러 학자들을 초대하는 연례 자문위원회 모임에서 몇 차례 만났고, 그 때마다 특별한 인상을 받았다. 긍정적인 표현과 감사하기를 좋아했던 그는 매우 친절한 사람이었지만 정작 일에 관해 이야기할 때는 가장 적은 투자로 가장 많은 효과를 추구하는 철저한 비즈니스맨 이었다.

사실 10여 전 세계 최초이자 가장 큰 글로벌 뮤츄얼 펀드 였던 템플턴 펀드를 팔아 재단을 설립하기까지 그는 테이프로 감아서 손질한, 낡은 의자에서 자신의 금융제국을 운영했다.
3년 전 템플턴 경의 초대를 받아 바하마의 자택을 처음 방문했다. 그가 사는 라이포드 케이 빌리지는 바하마군도에서 가장 유명한 곳으로, 세계의 부호들이나 숀 코네리 같은 유명 연예인들이 집이나 별장을 소유하고 있다.
템플턴 경은 방문 기간동안 자신의 집에서 쓰고 있던 두 대의 오래된 승용차중 하 나를 내주었다. 30년 된 캐딜락 이었고, 운행 중 한 번 서기도 했다. 그의 근검 절약을 읽을 수 있었다.
템플턴 경은 당시 88세였는데도 아침부터 저녁까지 부지런히 일했다. 또 건강 관리를 위해 라이포드 케이 해변의 바닷 물에 들어가 몸을 목까지 담그고 걷는 운동을 하는데 같은 시간에 4배의 운동 효과를 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사람을 중요한다는 인상을 받았다. 그는 여러번 바쁜 일정을 쪼개 나와 대화할 수 있는 시간을 냈다. 그는 도중 나의 배경을 물었고, 나는 미국에 처음 이민을 와 고생하면서 공부했던 얘기를 했다. 그는 자신도 돈이 없이 공부했던 학창 시절, 영국 옥스포드대 유학 때 친구들과 여러 나라를 다니며 현지 사정을 공부했던 일들을 소개했다. 특히 고객 한 명 없이 임대한 사무실에서 금융자문가로 출발, 은퇴한 몇 명의 고객을 소개 받아 일을 꾸려 나갔던 초창기 경험을 열정을 가지고 설명하기도 했다.
템플턴 경은 내가 한국 출신이라는 것을 알고 한국인의 근면과 교육열, 급속한 발전을 긍정적으로 얘기했다. 그는 한국이나 싱가포르의 주식들이 투자가치가 무척 높다고 말했다. 당시 미국 기술주들이 한 참 떨어지고 있었는데 그는 아직도 미국 기술주들이 가치보다 훨씬 높게 거래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템플턴 경은 그 후 오래지 않아 심장수술을 받았고 연세가 많아서 인지 회복이 더딘 것 같았다. 그는 현재 많은 일을 아들과 다른 후계자들에게 넘겨주고 자신이 죽은 후에도 재단이 잘 운영되도록 기반을 다지는 데 노력하고 있다.
독자들의 PICK!
올 봄 그를 다시 만났다. 그는 91세가 됐는데도 아침 일찍부터 저녁까지 일하는 것은 여전했다. 내가 “이제 좀 일을 줄여야 하지 않겠습니까”라고 말했더니 그는 열심히 일하는 사람이 건강하게 오래 산다고 대답했다. 옆에 있던 비서가 “그래도 일하는 양이 옛날에 비해 크게 줄었다”고 말했다. 나는 템플턴 경이 한 평생 신념을 갖고 초인처럼 부지런히 살아 온 특별한 사람이라고 새삼 느꼈다.
나는 25 년 전 미국에 이민 온 물리학자로 현재는 필라델피아의 연구소의 자연과학 연구주임으로,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의 객원교수로 있다. 템플턴 재단은 세계 유수 인재들과 함께 인류 발전에 도움이 되는 일을 돕고 있다. 지원 분야는 세계관에 많은 영향을 미치는 기초 과학을 중심으로, 영성과 건강, 새 세대의 올바른 성품 개발, 인문 과학, 자유 시장 원리 등이다.
재단은 지난해 우리팀이 제안한 물리학과 우주론 기본 연구에 1000만 달러 이상을 지원해 주었다. 템플턴 경이 기초 과학 연구를 특히 지원하는 것은 군중과 반대로 가서 (contrarian) 가장 큰 투자효과를 만들어 낸다는 그의 투자 원칙을 어느 정도 반영한다고 볼 수 있다.
현재 질병 치료나 사회 문제 시정에 기여하는 재단들이 많다. 템플턴 재단은 사후 대처 보다는 예방이 훨씬 큰 효과가 있다고 본다. 그 예방법의 하나는 사람들의 과학과 물질과 인간을 보는 눈, 곧 올바른 세계관을 가질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일이다. 과학이 많은 지혜를 주지만 이를 올바르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큰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판단한다. 물질적인 세계관을 넘어 영구적이고 보다 오랫동안 수혜를 줄 수 있는 정신적인 결과를 추구함으로서 인류의 미래에 기여하자는 것이다. 미국에서도 기술이나 응용 과학에 대한 지원은 많지만 응용 가능성이 보이지 않아도 인류의 세계관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과학 분야의 연구 지원은 소홀하다. 템플턴 재단은 이런 부문의 지원이 훨씬 더 가치가 있다고 인식한다.
템플턴 경은 ‘영적인 실재’(spiritual realities)를 강조한다. 이는 흔히 생각하는 물질적인 것과의 반대 개념은 아니다. 과학을 올바로 이해하면서 가장 근본되는 분야의 학문을 탐구해갈때 현재의 과학 실험으로는 잡히지 않지만, 우리가 알지 못하는 보이지 않는 세계가 얼마나 큰 가를 알 수 있게 될 것이라는 믿음에서다. 그는 이 세계의 창조자가 있다면 과학연구는 단지 기술을 개발하는 도구만이 아니라, 궁극적으로는 이 자연을 지은 창조자를 알아가는 과정이며, 곧 궁극적인 실체에 접근하는 길이며 인류가 가장 의미있는 세상을 추구해 가는 길이라고 믿는다.
템플턴재단의 가장 중요한 슬로건 중 하나는 “우리가 아는 것이 얼마나 적은가, 우리는 얼마나 더 탐구하기를 원하는가” (How little we know, How eager to learn) 이다. 재단은 이런 연구 활동 지원이 인류에 대한, 진정 장기적이고 궁극적으로는 가장 효과가 큰 투자라고 본다. 한국에도 템플턴 경과 같은 인류의 장래에 관심이 있는 투자가 들이 생기고, 또 이런 기초분야의 연구들이 많이 일어났으면 한다.
최형섭
메타넥서스 연구소 자연과학 연구주임
필라델피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