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클릭]보험들래? 휴대폰 바꿀래?
'은행원의 아내'. 한 시중은행의 노동조합 게시판에 이런 글이 올라왔습니다.
"은행원인 남편이 방카슈랑스 업무를 시작한 후로는 나오는 상품마다 하나씩 들다보니 쥐꼬리만한 월급에서 보험료로 지급되는 게 만만치 않아 애 둘 낳고 키우기가 너무 힘듭니다. 모르는 사람들은 은행에 다니니 돈도 많이 받을 거라고 말하지만, 맨날 야근하고 11시 다 돼서 퇴근하고 주말에 출근하고 나오는 보험마다 다 들고...”
은행에서 파는 상품이 많아지고 실적에 대한 부담이 은행원들을 짓누르면서 은행권에는 이런 ‘자가발전’이 일반화돼 있는 게 사실입니다. 실제로 은행을 출입하는 저는 엘리베이터에서 은행원들끼리 이런 이야기를 하는 걸 종종 듣습니다. “이번에 방카슈랑스 상품 나온다던데 그거 또 들어야겠네. 벌써 몇개째야? 난 **지점 김대리가 이미 찜해놨어. "모바일뱅킹 서비스를 시작한 은행에서는 이런 얘기도 들립니다. “또 휴대폰 바꿔야겠네.”
저는 지난주 세차례에 걸쳐 각 은행의 방카슈랑스, 수익증권, 모바일뱅킹 판매왕들을 소개하는 기사를 썼습니다. 그들은 남들과 다른판매 노하우를 가지고 탁월한 실적을 내고 있는 사람들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들도 대부분 본인을 비롯 주변의 아는 사람들에게 이미 팔만큼 판 사람들이었습니다. 한 판매왕은 이런 말을 하더군요. 친구에게 전화해서 “너 보험 하나 들래? 아니면 휴대폰 바꿀래?”라고 부탁해서 친구들에게도 많이 팔았다고요.
은행은 직원들에게 실적목표를 할당하지 않는다고 강조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실적경쟁을 벌이는 각 지역본부, 그리고 실적목표 달성여부에 따라 옷을 벗어야 할 지 모르는 지점장. 아랫 직원들에게 부담이 갈 수 밖에 없는 시스템입니다.
이제 각 은행은 예금과 대출업무만으로는 다른 은행과 큰 차별성을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금리는 엇비슷하고 리스크관리 기법 또한 고만고만합니다. 때문에 은행들은 보험상품, 증권상품, 자산운용상품 등 다양한 상품판매에 승부를 걸고 있습니다. 결국 은행이 많은 이익을 내기 위해서는 상품을 많이 팔아야 되는 건 당연합니다. 그리고 그 은행에서 월급받고 일하는 직원들은 은행의 이익을 위해 판매에 열을 올리는 것도 당연합니다. 하지만 직원들의 호주머니에서 나온 돈으로 실적을 증대시키는 것은 곤란합니다. 아랫돌 빼서 윗돌 괴는 셈이니까요.
‘은행원의 아내’는 다음과 같은 말도 했습니다. “회사가 직원들의 생활을 안정시키고, 가족이 행복하고, 사원이라는 자부심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게 무엇보다 우선시돼야 하는 게 아닌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