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포인트]전저점을 보는 관점
"외국인 투자자가 바보입니까. 받아줄 사람이 없다고 못 팝니까. 그럼 외국인이 요즘 사는 건 어떻게 설명합니까. 외국인 투자자들은 우리보다 투자 역사가 훨씬 오래 됐습니다. 지금 우리 증시가 겪는 것보다 훨씬 심한 폭락도 겪었고 폭등도 겪었고 박스권 장세도 겪었습니다. 이런 정도 가지고는 꿈쩍도 안 하는 펀드가 대부분입니다."
"외국인 투자자는 요즘 팔고 싶어도 못 팔고 곤란하겠어요"란 기자의 질문에 한 외국계 증권사 임원이 이렇게 대답했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전세계를 대상으로 나름의 전략을 가지고 투자하고 있는데 한국인들은 한국 중심적인 관점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을 이해하려 하니 도통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란 대답이다.
실제로 외국인은 4월27일부터 5월11일까지 연속 순매도 행진을 끝낸 이후 5월12일부터 전날인 6월17일까지 적지 않은 주식을 한국에서 사들였다. 5월12일부터 6월17일까지 외국인의 거래소시장 순매수 규모는 1조3835억원. 4월27일부터 5월11일까지 순매도 규모 2조6193억원의 절반 이상이다. 4월말부터 5월11일까지 순매도한 금액의 절반 이상으로 한국 주식을 되사들였단 말이다.
영국계 펀드인 아틀란티스 투자신탁 서울사무소의 심규환 소장도 "요즘 외국계 펀드들, 한국이 언더퍼폼(Underperform: 다른 증시 대비 부진한 수익률)해서 곤란하지 않나요"란 질문에 "곤란해하는 곳도 있지만 좋아하는 곳도 많다"고 대답했다. "많이 떨어졌기 때문에 기회도 많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안승원 UBS증권 주식 영업부 전무 역시 "외국인 투자자 중에는 '팔자'도 있지만 저가 매수 세력도 계속 있다"며 "이번주 보면 거래량이 뒷받침이 안 되고 장이 불안한데 외국인들은 소폭 순매수를 보이면서 저가 매수를 계속하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호재가 너무 없어 밸류에이션이 싸도 공격적으로 들어오긴 어렵겠지만 현재로선 외국인들의 태도는 중립적이란 지적.
실제로 6월들어 전날까지 외국인들은 거래소시장에서 2801억원 순매도를 보였지만 이는 대부분 6월10일 만기일 때 5519억원 순매도 때문이다. 사실상은 순매수, 순매도를 거듭하는 모습. 팔고 싶어도 못 판다는 것은 외국인 투자자들를 너무 단순화시키는 착각일 수 있다. 물론 그런 펀드들도 있겠지만 지금도 계속 꾸준히 사는 펀드도 있다는 점, 한국에서 국내 투자자들이 놓치고 있는 매력을 보고 있는 펀드도 있다는 점은 고려해볼만한 가치가 있다.
증시 전망 양극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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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펀드매니저의 경우 증시 전망이 점점 더 양극화되는 듯한 모습이다. 특히 지금 시장의 주요 관심 사항 중의 하나인 700 초반 저점이 지켜질 것인지에 대해 의견이 엇갈린다. 강신우 PCA투신 전무는 "미국과 중국, 유가 등 3대 악재는 안정감을 주는 방향으로 최근 움직이고 있어 700초중반에서는 하락 압력이 낮다"며 저점은 유지하지 않겠느냐는 의견을 시사했다.
다만 현재로서는 새로운 악재인 전기전자(IT) 수요와 가격에 대한 우려로 인해 지켜보자는 관망 심리가 많아 시장 참여자들이 늘지 않는 상황이라는 지적.
정상권 유리스투자자문 펀드매니저도 "차트 모양은 대체로 쌍바닥 모습인데 저점은 어느 정도 나온게 아닌가 싶다"며 "지난 13개월 상승폭의 절반을 반납했는데 이 정도 수준에서 하락은 멈추고 앞으로 4~5개월간 720~860 정도의 박스권 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반면 한 선물옵션 투자자는 "아직 바닥이 안 나왔다"며 "단기간에 200포인트 폭락해서 낙폭이 재료가 돼서 버티고 있을 뿐 한번쯤 더 밀릴 것"이라고 말했다. 단기 급락이 심해 금방 더 밀고 내려가기가 부담스러워 저점을 지키고 있는 것처럼 보일 뿐 저점의 한단계 레벨 다운이 있을 것이란 전망이다.
한 자산운용사 주식운용 담당 임원도 "단기적으로는 지난번 저점인 700 초반을 지키며 반등을 시도하겠지만 결국엔 저점이 무너질 것"이라고 밝혔다. 추세를 전환시킬만한 여건이 안 나와 올라갈 힘이 없기 때문이다.
이 임원은 "사람 심리란게 묘해서 지금은 이 지수대가 900에서 밀려 내려와 굉장히 싸보이지만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700에 익숙해진다"며 "그 때 올라갈 모멘텀을 못 찾으면 결국 힘이 약해 내려갈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 악재만 중첩되는 모습이다. 중국과 미국의 긴축, 고유가 등 글로벌 3대 악재가 좀 가라앉나 했더니 LCD 가격을 중심으로 IT 전망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고 오늘(18일)은 은행들의 대손충당금이 대폭 높아져야할 것이란 소식이 전해졌다. 여러모로 기업 이익의 방향성은 하락 추세다.
모멘텀이 없다는 것은 확실하고 기업 이익도 하반기에는 상반기보다 줄 것이란 전망이 대세다. 문제는 모멘텀 부재가 어느 정도 시장에 반영됐는지, 하반기 기업 실적 감소가 어느 정도인지다.
강세장 주도 종목은 피하라
현재 시장은 한 가지 말을 하고 있고 시장 참여자들도 똑 같은 현상을 보고 있다. 그럼에도 해석은 너무나 양극단으로 다르다. 이는 그만큼 상황이, 미래가 불확실하다는 의미일 수도 있다. 지금으로선 관망하거나 덜 오른 종목을 골라 상대적으로 좋은 수익률을 추구하는 방법이 최선이다.
PCA투신의 강 전무는 "강세장 주도 종목들은 늦었지만 그래도 매물이 조금씩 나올 것"이라며 "특히 전기전자(IT)는 비중확대 상태라 돈이 추가로 들어오지 않는 상황에서 매물이 쌓일 수 있다"고 말했다. 가격 메리트가 있지만 비중확대 상태가 해소되지 않아 추가 매수가 어려우니 매물이 조금만 나와도 주가는 밀릴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따라서 상대적으로 강세장에서 비중축소됐던 종목들이 매물 부담이 없고 주가도 가벼워 상대적으로 수익률이 좋을 수 있다고 밝혔다.
18일 장세에 대해 얘기를 하자면 개인의 선물 매도 힘을 재확인할 뿐이다. 개인의 선물매도-베이시스 악화-1400억원 가량의 프로그램 매물-지수 하락의 양상이다. 뚜렷한 매수 주체를 찾을 수 없는 상태니 현물시장이 프로그램에 의해 흔들리는 현상이 계속되고 있다. 그만큼 힘이 없다는 뜻. 이렇게 힘이 없어서야 솔직히 추가 하락을 염려하지 않을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