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그들만의 파업'
한미은행 파업이 은행노조 사상 18일간의 최장 기록을 세우며 12일 끝났다. 금융계에서 유례 없었던 장기간 파업이었지만 이번 파업은주목을 받기는 커녕 `도덕적 해이’라는 따가운 비판만 받았다.
같은 금융노조 소속인 다른 은행 직원들 조차 "파업 명분이 이해되지 않는 그들만의 파업이었다"고 말하고 있다. 한미은행 노조원 2000여명은 농성장소를 서울에서 여주로 옮기면서까지 파업의 당위성을 외쳤지만 그들에게 따뜻한 위로를 건네는 사람은 찾아보기 어렵다.
금융노조는 사태가 이렇게 된 원인을 언론탓으로 돌리고 있다. 언론이 이번 파업의 본질인 ‘상장폐지 철회와 국부유출 저지, 고용보장’ 등을 보도하기 보다는 ‘36개월치 보너스 요구’ 등 돈 문제만 부각시켰기 때문이라는 주장이다.
하지만 노조의 이같은 주장은 '파업 초기 4100억원의 보너스를 요구했다'는 점에서 설득력이 떨어진다. '자기 밥그릇 챙기기 위한 파업'이라는 비판의 단초를 스스로 제공했기 때문이다.
금융노조 노조원인 시중은행의 한 직원은 "이번 파업은 은행의 존재 이유를 망각한 시대착오적 파업이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더 나아가 "금융노조도 투쟁 일변도에서 벗어나 시야를 넓게 가져야 한다"고 주문했다.
해마다 되풀이 되는 금융노조 파업. 시중은행들은 저마다 '글로벌 뱅크'를 내세우고 있지만 노조는 투쟁의 목소리만 높이고 있다. 은행노사가 이처럼 대립하다 보니 금융강국의 목표는 점점 더 멀어져 가고 있다.
한때 철밥통이라 불렸던 은행원들도 외환위기 이후 외국자본 진출 등으로 고용불안에 시달리고 있는 점은 주지의 사실이다. 하지만 아직도 상대적으로 다른 직장인들보다 낫지 않느냐는 게 일반인들의 인식이다.
금융시장이 약육강식의 장이 돼 버린 지금 금융노조가 투쟁 일변도에서 벗어나 어떻게 해야 은행이 살고 노조도 살아남을 수 있을 지 진지하게 고민하고 대안을 찾는 작업에 나서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