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일의 변화와 변화없는 경제정책들

1. 우리가 경험하는 경제사회의 변화에 대해 생동감 있게 보여주는 한 폭의 동영상이 분명하게 있지 않다. 그러나 『텔레코즘』에서 예측하는 21세기 변화들이 한국에서 가장 앞서 진행되고 있다는 주장에 귀를 기울이자.
또한 인터넷 상용화 10년 만에 가입자 3천만명 시대를 맞이한 요즘의 우리 세상을 “한국을 바꿨다”, “나는 접속한다. 고로 존재한다” 등으로 압축 표현하는 현실에 관심을 갖자.
2. 문제는 변화하는 현실과 이를 다루는 정책 사이의 부조화가 변화를 방해하리라는 우려이다. 우리는 경제사회활동을 시장에서 피부로 감지하지만 종합적이고 과학적으로는 통계지표들이 설명한다.
그러나 이 통계가 산업사회에서 발전된 것들이어서 정보사회로 급변하고 있는 오늘에도 이에 의존하여 내리는 정책결정은 실패할 확률이 높다. 그래서 최근의 경제전망 수치들과 실적치 간에 크게 다르게 나타난다고 보면 조금은 일리 있게 들린다.
3. <일>의 변화를 현실과 정책 사이의 부조화의 예로 살펴보자. 우리나라 미래학자들이 1988년 한 해 내내 모은 글인 『일의 미래, 미래의 일』이라는 책자는 지금도 흥미롭다. 서문에서 “농경사회, 산업사회에 이어 새로이 지구 위에 지금 먼동이 트고 있는 정보사회가 사람이 하는 일의 모습과 일의 본성을 근본적으로 바꿔 놓게 되리라”는 전망을 하였다.
아울러서 “우리는 더 일해야만 하는 것도 아니고 덜 일해야만 하는 것도 아니다. 우리는 달리 일해야만 하는 것이다”라는 주장을 들면서 “달리 일한다”는 의미를 “노동을 유희처럼, <벌이의 일>을 <놀이의 일>처럼 한다”는 것으로 풀이하였다.
4. 그런데 그로부터 25년 이상 경과한 지금 노동부의 인터넷 사이트에서 “청년실업증가 원인과 해결 기본방향”을 보면 <일>의 변화를 수용하지도 고민하지도 않고 있다. 실업원인을 성장둔화, 인력수급 불균형에서 오는 구조적 문제라고 보고, 해결을 일자리 창출, 청년 미취업자의 눈높이 조정에서 찾았다.
산업사회에서 발전하고 생활화한 단어들-직장, 직업, 취직, 취업-이 갖는 정보사회에서의 기본적 취약점에 대한 의심은 전혀 배어 있지 않다. 그런데도 이것으로 만족하고 성과가 있기까지 기다리는 것이 올바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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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아니다. 전부 옳다고 보기 어렵다. 정보사회에서는 ‘일을 다르게 한다(일을 놀이처럼, 놀이를 일처럼)’라는 기본 시각을 받아들이자. 청년들의 ‘일’에 대한 태도, 취향의 변화를 인정하는 새로운 <일>의 개념을 수립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에 맞는 통계조사기법을 개발하고, 새로운 통계에 기초하는 정책을 발전시키는 것이 변화를 수용하고 촉진하는 길이다.
청소년에게 폭발적으로 인기를 끄는 인터넷 게임머는 <일>하는 것인가 또는 노는 것인가? 어떤 경우는 일하는 것이고 어떤 경우는 아닌가? 사이버 시장에서 거래되는 아바타는 경제적으로 어떻게 평가되어야 하는가? 이외에도 많은 사이버 세상에서의 일들이 산업사회에서의 ‘일-생상적’과 합치하지 않는다고 무시되어서 안 되고 재평가를 받아야 한다.
6. 이러한 의문들에 중지를 모아서 일의 개념들을 새로이 정립하고 경제사회정책을 강구하는 것이야말로 21세기 정보사회를 리드하는 우리가 남들보다 먼저 꼭 넘어야 산일 것이다. 이미 20년도 지난 일이지만 우리가 산업경제사회로 급격히 변화하는 과정에서 부딪치게 마련인 농경사회(농업, 농촌, 농민)의 상대적 후퇴라는 경제사회적 불만을 해결하는 것이 얼마나 어렵고 실현할 수 없는 과제이었던가를 잊어서는 안 된다.
지금은 이와 반대로 우리는 산업사회에 매달려 정보사회로의 변화를 방해고 있지 않은가를 반문해야 한다. 필요하다면 경제사회정책의 곳곳을 상세히 검토하고 기획조정할 새로운 사령조직도 구상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