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아파트 리모델링과 정부 역할

[기자수첩] 아파트 리모델링과 정부 역할

이정선 기자
2004.07.28 08:40

[기자수첩] 아파트 리모델링과 정부 역할

아파트 리모델링 시장은 시쳇말로 죽을 맛이다. 과열 조짐을 보이고 있는 리모델링 시장에 대해 정부가 증축범위를 크게 제한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최근 관련업계에 제시한 증축 범위의 가이드라인을 살펴보면, 기존 평형에서 7~20% 정도의 증축만 허용토록 돼 있다. ‘1 : 1 리모델링’만 인정하겠다는 얘기다.

주민들이 막대한 공사비를 부담해야하는 상황에서 이 같은 규제는 ‘사형선고’나 다름없다고 관련업계는 주장하고 있다.

리모델링 시장이 이처럼 위기를 맞게 된 데는 일차적으로 건설업계의 책임이 크다. 실제 ‘자원재활용’, ‘환경 업그레이드’라는 리모델링 본연의 취지는 자취를 감추고 ‘리모델링=재산불리기’ 차원의 과열 수주활동에만 주력해 온 것이 사실이다.

“시장 초기에 질서를 잡아야 한다”는 정부의 논리도 이 대목에서 힘을 얻는다. 그러나 앞뒤 문맥을 따져보면 정부의 명분도 설득력이 약하긴 마찬가지다.

무엇보다 리모델링에 대한 정부의 지원은 미미하기 짝이 없다. 단적인 예로 전용면적 25.7평 이하에 대한 부가세 면제 문제만 해도 정부와 업계의 지루한 줄다리기 끝에 3년 만에 겨우 빛을 보았다.

아파트 비율이 50%를 넘는 나라는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기 어렵다. 이 같은 특수성에도 불구하고 리모델링을 포함한 유지관리는 정부의 외면속에 사각지대로 방치돼 있다. 주택에서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아파트를 국가가 직접 유지, 관리하고, 리모델링을 할 경우엔 보조금까지 지급하는 싱가포르와는 대조적인 모습이 아닐 수 없다.

증축범위의 제한으로 공은 정부로 넘어갔다. 과열 투기를 초래하지 않으면서 리모델링 사업을 활성화시킬 묘안을 찾는 것, 그것이 정부가 해야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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