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러시아의 유코스 죽이기
러시아 정부의 ‘유코스 죽이기’가 점입가경이다. 지난해 10월 최고경영자인 미하일 호도르코프스키를 횡령과 세금포탈로 구속한 데 이어 68억 달러의 세금 추징, 은행계좌 동결, 핵심자산 매각 등에 이어 자회사에 대한 조업중단 명령까지 내리는 등 초강수가 잇따르고 있다.
호도르코프스키가 대권을 꿈꾸는 등 푸틴에 대한 괘씸죄를 저지른 탓에 시작된 유코스 죽이기는 올봄 푸틴이 “유코스의 파산을 원치 않는다”고 말해 호도르코프스키가 유코스 지분 40%를 내놓는 선에서 정치적 타협점을 찾을 것으로 예상되기도 했다.
그러나 사태가 개선조짐이 보이지 않자 정부와 물밑교섭을 시도하던 유코스는 읍소작전 대신 파산경고를 거듭하며 드러놓고 정부에 반기를 들고 있다. 특히 27일에는 중국에 대한 석유수출 중단 가능성까지 언론에 흘렸다.
이는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이 에너지 안보를 최우선시하며 취임 직후 제일 먼저 찾은 곳이 모스크바인 점을 감안, 푸틴정부를 압박하기 위한 노림수로 풀이된다. 경제성장을 위해 에너지 안보를 곧 국가안보로 여기는 중국이 상황을 좌시할 리는 없다는 판단에서다.
여기에다 러시아발 오일쇼크를 우려한 모스크바 주재 영국 대사와 미국 대사 등도 유코스를 거들고 나섰다. 알렉산드르 버쉬보우 미국 대사는 최근 유코스 본사를 방문해 스티븐 티디 사장과 면담하고 "러시아정부가 유코스의 제안을 무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 내부의 정쟁과 보복이 국제적인 수준으로 확대되고 있는 셈이다. 이로 말미암아 국제유가는 배럴당 43달러에 근접, 사상최고치를 경신하면서 '러시아발 오일쇼크’가 현실화 됐고, 세계경제와 주식시장에도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석유를 전적으로 수입에 의존하면서도 에너지 안보를 위한 제대로 된 정부기구 하나 없는 한국에게는 특히 그렇다. 그런 한국이 수도이전, 정체성 등의 이슈로 이전투구를 하고 있는 것은 더욱 안타까운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