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은행 대출금리 내려야 하는 이유
콜금리 인하 이후 은행권의 예금금리 인하가 잇따르고 있다. 하지만 예상했던데로 대출금리 인하 조치는 나오지 않고 있다. 콜금리 인하 조치가 나온지 일주일이 지났지만 국민은행만이 대출금리를 0.05%~0.1%포인트 낮췄을 뿐이다.
은행들이 예금금리 인하에만 발빠르게 대응하고 대출금리 인하에는 미적거리는데는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다. 인하된 예금금리는 신규고객에게만 적용되지만 대출금리는 기존 대출에도 모두 적용되기 때문에 은행 수지에 전체적으로 마이너스가 된다는 것. 특히 개인대출의 70% 정도가 시장금리와 연동돼 있기 때문에 자동적으로 금리가 내려간다는게 은행들의 설명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경우가 다르다는게 기자의 생각이다. 범정부적으로 경기부양에 나선 상태에서 은행들이 대출금리 인하에 소극적일 경우 자칫 한은의 콜금리 인하 효과가 퇴색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콜금리 인하는 물가불안까지 감수하면서 단행된 조치다. 경기는 못살리고 물가만 불안해진다면 우리 경제의 앞날은 정말 캄캄해진다.
물론 민간은행들이 정부 정책에 반드시 협조하라고 강요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인 발상이다. 관치금융을 비판해온 언론인이로서 할 말이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은행들이 대출금리 인하에 나서 경기를 살리는데 일조할 수 있다면 그것은 은행에게도 합리적이고 상업적인 판단이다. 왜냐하면 벌써 수년째 은행들의 발목을 붙잡고 있는 가계와 중소기업 부실 문제는 경기가 회복돼야만 근본적으로 해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은행들 스스로도 연체율 감소는 경기회복에 직결돼 있다고 강조해 오지 않았던가.
한 대형 시중은행장은 대출금리 인하 여부를 묻는 기자에게 '금리인하가 은행 수지에 3개월 정도 마이너스 효과를 가져온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 금액은 기껏해야 수십억원 정도라고 덧붙였다. 은행에 따라 다르겠지만 단기적인 수십억원의 적자와 장기적으로 수천억원에서 수조원에 달하는 대손충당금 부담을 줄이는 것 중 어떤 판단이 합리적일까.
은행들은 단기적인 이익에 집착하지 말고 대출금리를 인하에 나서야 한다. 그것이 상업은행으로서의 합리적 판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