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부양'은 정부 공식 금칙어(?)
인터넷 이용자수가 세계 2위에 오를 정도가 되면서 부작용도 많다. 포털업체들은 부작용 최소화를 위해 '금칙어'라는 것을 지정해 놓고 있다. 포털이 모든 정보를 빨아들이려고 애쓰는 것처럼 정부도 여러 경제지표들을 취합해 정책 설정에 이용한다. 포털처럼 최근 외환위기, 카드대란, 아파트값 급등이 정책 당국자의 뇌리에 깊숙히 자리하면서 정부에도 금칙어가 생겼다. 포털의 금칙어가 섹스, 포르노 등이라면 정부의 금칙어는 '부양'이다.
적어도 관(官)에서는 합리적이라는 목발을 짚지 않으면 설 수 없는 불구신세가 됐다. 하지만 최근 청와대와 정치권이 '경제가 최우선 과제'라는 입장을 거듭 밝히면서 목발을 떼고 절름거리지만 한 두 걸음 뗄 수 있게 됐다. 건설경기 연착륙이 절실한 상황에서 '합리적 부양'의 타깃은 부동산시장과 돈을 움켜쥔 부자들이었다.
실무선이든, 최고위층이든 재정경제부 등 각 부처에서도 다양한 정책을 준비했다. 창업자금에 대해서는 30억원(주택취득시는 6억)까지 증여세를 유예해 주는 방안과 1세대3주택 양도세 중과 1년 연기 등이 주요 골자였다. '부자가 돈을 쓰지 않는 나라는 망한다'는 지론과 기업부민(起業富民)론을 설파해온 부총리의 색깔도 묻어난다.
며칠 가지 않아 또 상황은 반전됐다. 대통령이 "주택가격 안정정책은 최우선 과제로 대통령이 직접 챙기겠다"고 말한 뒤부터였다. 정부가 급작스레 방향을 틀다보니 기존에 마련한 정책도 캐비닛에 갇힐 위기에 처했다.
정부는 지금 분주하다. 정책의 타당성을 두고 논하기보다 '이미 마련된 안(案)은 부양책도 아니었고 실무자의 의견일 뿐이었다'고 말하느라 바쁘다.
LG경제연구원에서는 이날 "불경기지만 단기부양책을 써서는 안 된다는 주장은 경제안정정책의 근본을 부정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경제의 목발이 휠체어로 변할지도 모른다. '계급장 떼고 토론해 보자'는 파격을 정치인뿐 아니라 정부 당국자들도 가져야 한다면 지나친 기대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