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은행의 독주
“은행 하나 확실히 잡으면 먹고 사는 데 문제가 없습니다”
한 자산운용사 상품마케팅 담당자는 "요즘 자산운용사가 상품을 개발하면 증권사보다 은행에 먼저 달려간다"고 말했다. 펀드판매의 주도권이 은행으로 넘어갔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펀드판매시장에서 증권사 비중은 지난해 연말 82.05%에서 6월말 75.95%로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은행은 17.73%에서 23.87%로 6.1%포인트 늘고 있다. 다른 운용사 관계자는 “국민은행이 지점당 1억원씩만 팔아줘도 펀드 설정액이 1000억원 넘기 식은 죽 먹기 ”라며 “이미 펀드시장은 은행의 손아귀에 있다”고 말했다.
은행은 기존 예금 대출뿐만 아니라 펀드 보험 카드 자산운용등 거의 모든 금융기능을 갖고 있다. 전국 각지에 뻗어있는 거미줄 같은 영업망과 높은 대외신인도를 바탕으로 진출하는 금융영역마다 속속 잠식해나가고 있다.
자산운용시장에서도 펀드판매 뿐만 아니라 계열 운용사를 통해 시장의 강자로 급부상하고 있다. 최근 1분기이후(3월~8월) 은행계열 운용사들의 수탁고 증가가 단연 두각을 나타냈다. 국민은행 계열의 KB자산운용이 2조8000억원으로 가장 많이 증가했으며 농협CA투신(1조805억원) 조흥투신(1조442억원) 신한BNP파리바투신(7655억원) 등의 순으로 수탁고 증가가 많았다.
은행의 독주는 불공정한 행위로 이어지기도 한다. 한 투신사 상품 담당자는 “독창적인 상품을 만들어 은행에 제안하면 은행이 이를 계열 자산운용사에 건네줘 더 나은 상품을 만들도록 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며 “은행의 계열사 챙기기로 불공정한 영업이 벌어지지만 눈밖에 날까봐 뭐라 할 수도 없다”고 말했다.
이렇다보니 1개 은행이 연 1조원의 순이익을 내는데 반해 증권사들은 적자 탈출에 전전긍긍하고 있다. 1,2금융권간의 불균형이 급속도로 심화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