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보기좋은 그림의 함정
“내년도 일반회계 예산 132조원, 적자국채 6~7조원 발행”
정부가 내놓은 내년도 예산안의 큰 그림이다. 경기 부양을 위해 재정지출 확대와 세율 인하로 인해 당초 예상했던 내년도 적자 규모가 3조원에서 최대 7조원까지 늘어난 모양새다.
하지만 정부가 밝힌 내년도 적자 국채 발행규모는 언뜻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 있다. 여당이 요청한 재정확대 2조5000억원, 내년도 세수 감소분 2조5000억원, 공적자금 상환 등에 필요한 3조원 등 필요한 돈은 총 8조원에 달한다. 결국 1조원이 어디론가 사라져버렸다.
정부의 계산방식은 이렇다. 정치권이 요구한 2조5000억원의 재정확대 요구는 이미 짜여진 예산 가운데 뒤로 미룰 수 있는 부분은 미루고 다소 중요성이 떨어지는 사업은 없애는 방식으로 조정하겠다는 것.
정치권이 요구한 2조5000억원의 재정확대와 균형재정을 고집해 온 정부의 의지가 황금분할 비율로 녹아들어가 있다. 여당의 강력한 재정확대 요구를 안 받아들일 수도 없고, 그렇다고 재정건전성은 무시하고 무작정 재정지출을 늘릴 수도 없는 정부의 고민이 묻어나는 대목이다.
김병일 기획예산처 장관 역시 이날 브리핑에서 “세출사업(재정확대 요구) 모두를 반영할 경우 예산안에 어려움이 있기 때문에 일부는 기존 사업을 조정하고 일부는 국채 발행을 통해 충당하겠다”며 예산안 마련이 쉽지 않았음을 내비쳤다.
결국 재정확대를 통한 경기부양과 균형 재정 사이에서 절묘한 타협점이 만들어졌지만 바꿔 말하면 경기부양 효과도 크게 기대하기 힘들고, 균형 재정도 달성하지 못하는 모양새가 돼 버렸다.
이제 오는 8일 당정협의를 통해 어떤 사업에 얼마를 추가로 재정을 집행할 것인지 조율하는 작업을 남겨놓고 있다. 황금분할 비율로 쪼개져 보기좋은 그림보다는 미래가 보이는 그림을 보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