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포인트]외국인 매매가 변수
증시가 단기간에 큰 폭으로 급락하면서 결국 8~9월의 강세는 베어마켓 랠리가 아니었는냐는 의견들이 많아지고 있다.
정부의 경기 부양책으로 인한 내수 회복 기대감이 높았으나 정책 효용성이 나타나지 않음에 따른 실망도 커지고 있고 외국인들의 계속되는 매도에 대한 불안감도 고조되고 있다. 기관이 조금씩 사고는 있으나 외국인의 매도 우위 속에서는 어느 누구도 자신감 있게 '사자'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김기환 플러스자산운용 사장은 "워낙 긴 음봉이 나타난만큼 경계 심리가 높다"며 "이 수준에서 지지가 되는지 더 하락할 것인지 지켜봐야 하는데 외국인 매매가 가장 큰 변수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 사장은 "외국인은 최근 미국 증시 등락에 관계없이 한국에서는 중립 혹은 소폭 매도 우위를 견지하고 있다"며 "순매도 규모는 좀 줄었는데 여기에서 외국인의 대규모 매도가 나오지 않는다면 지수 자체는 바닥권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병익 한셋투자자문 전무도 "외국인이 일평균 1000억원 이상씩 계속해서 팔지 않는다면 종합주가지수 800선에서 지지가 되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말했다. 국내 투자자들이 주식 과매도 상태에서 조금씩 사고 있다고 해도 외국인이 하루에 1000억원 이상씩 팔아치우면 증시는 수급 뿐만이 아니라 불안 심리 때문에라도 밑으로 밀릴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번주들어 외국인 매도가 잦아드는 것을 봤을 땐 800선이 지지될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
이에대해 최근 해외에 나가 외국인 투자자들과 만나고 돌아온 이원기 메릴린치 서울지점 전무(리서치 헤드)는 "삼성전자가 자사주를 매입할 때는 통상적으로 외국인들이 매도한다"며 "최근 외국인 매도에 큰 의미를 둘 필요는 없다"고 지적했다.
최근 메릴린치가 전세계 펀드매니저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한국에 대해 '비중축소(Underweight)' 입장을 가지고 있으며 향후 6개월간 '비중축소'를 견지하겠다고 밝힌데 대해서도 이 전무는 부정적인 것이 아니라고 말했다.
이 전무는 "이 조사 결과는 외국인이 현재 MSCI 기준지수 대비 한국을 이미 '비중축소'하고 있다는 의미"라며 "더 줄이겠다는 뜻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 "앞으로 6개월간도 MSCI 기준 지수에 비해 한국 비중을 낮게 가져가겠다는 의미이지 더 축소하겠다는 뜻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비중축소 상태에서 더 큰 폭으로 비중축소할 것인지, 비중축소 상태에서 소폭 비중축소로 절대적인 비중을 높일지는 모른다는 지적이다.
예를들어 MSCI 기준 지수에서 한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20%인데 현재 18%라면 한국에 대해 '비중축소'하고 있다는 의미며 앞으로 6개월간 18%에서 19%로 높인다 해도 여전히 '비중축소'라는 지적이다. 이 전무는 "현재 비중을 축소하고 있다는 것이 '중립'이나 '비중확대'로 갈 수 있는 여지가 있다는 점에서 오히려 긍정적"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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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울러 외국인이 현재, 그리고 향후 6개월 정도 한국에 대해 '비중축소' 입장을 견지하겠다고 밝힌 이유에 대해서도 "MSCI 지수에서 대만 비중이 올해 11월과 내년 5월 두차례에 걸쳐 높아지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대만 비중 확대에 대비해 내년 5월까지는 MSCI 기준 지수 대비 한국 비중을 낮게 가져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 전무는 최근 외국인들이 한국 시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도 "고유가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과 미국 대선 이후 북한과 미국의 관계 변화에 대해 궁금해했을 뿐 부정적인 반응은 많지 않았다"고 전했다. 올 여름 외국인들이 가장 많이 질문했던 내수 회복과 관련해서는 "내수 경기를 부정적으로 보는 투자자들조차 내수가 더 이상 악화되지는 않고 있다고 보고 있다"며 내수에 대한 우려는 거의 없었다고 전했다.
국내 펀드매니저들의 심리는 최근 뚜렷한 신중론으로 바뀌었다. 한 자산운용사 주식운용팀장은 "리레이팅(재평가)에 대한 기대가 높았는데 막상 기업들의 실적이 올 3분기는 물론 4분기까지 계속 나쁠 것으로 예상되니 시장이 부정적으로 반응하고 있다"며 "당분간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 펀드매니저는 "실적이 나쁠 것이라고 생각은 했지만 막상 수치가 나오니까 실망감이 더 크다"며 "삼성전자와 LG필립스LCD, LG전자 등 큰 전기전자(IT) 기업들의 실적이 돌아서지 않는한 900 돌파는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 펀드매니저는 연말까지 700에서 800까지의 박스권 등락을 예상했다.
한셋투자자문의 이 전무도 "글로벌 경기의 모멘텀이 꺾이고 있고 고유가가 지속되고 있어 지수가 오르긴 쉽지 않아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 전무는 "외국인들이 대규모로 매도를 계속하지 않는다면 연기금과 적립식 펀드를 통한 국내 투자자들의 매수에다 연말 배당을 받기 위한 인덱스펀드들의 주식 매수로 800에서 하방경직성은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증시의 추세적 상승을 예상했던 한 전략가에게 경기가 나쁘니 결국 오름세가 꺾인 것 아니냐고 물어봤다. 이에대해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 "발표되는 경제지표는 내년 2월 정도까지 계속 나쁠 것이라고 예상했고 지금도 그렇게 생각한다. 그러나 증시는 발표되는 경제지표에 선행해서 움직인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강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한다. 뚜렷한 신호는 없지만 미약하나마 회복 신호는 나타나고 있다."
실제로 9월 실업률은 3.2%로 전월비 0.3%포인트 하락했고 9월 청년 실업률도 개선됐다. 또 다른 증권사의 한 전략가는 "너무 악재에만 민감한 것으로 보인다"며 "어떤 경제지표가 개선됐다는 소식은 일시적인 사건으로 무시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720에서 890까지 너무나 쉽게 오른 것처럼 890에서 820선까지도 너무나 쉽고 빠르게 내려왔다. 60일선이 걸쳐있는 812와 일본 닛케이 평균주가의 추세대 하단에 해당하는 800의 지지 여부에 따라 투자 심리가 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사실 증시가 720까기 급락했을 때나 890까지 오를 때나 또 820까지 다시 내려온 현재나 글로벌 경기가 둔화되고 있다는 사실, 유가가 고공행진을 계속하고 있다는 사실 등 펀더멘털은 변함이 없었다.
변한 것은 대부분 심리일 뿐이다. 시장 심리에 휩쓸리지 않는 투자 판단을 세우는 것이 중요해 보인다. 주가가 단기간에 급등락을 반복하고 있어 시장을 쫓아가기가 힘에 부쳐 보인다. 일단 단기적인 시황에서는 60일선 지지 여부가 중요한 만큼 당분간은 관망세를 유지하며 외국인 매매를 좀더 지켜보라는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