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클릭] 1000원의 힘
평소 수천억, 수조원의 단위에 익숙해진 기자는 지난 25일 저축의 날 행사에서 평소 무심코 지나쳤던 `1000원의 힘'을 절실히 느낄 수있었습니다. 이날 행사에서 가장 눈길을 끌었던 것은 시상을 위해 참석한 박 승 한국은행 총재도, 은행 지점장들도 아니었습니다. 41세의 신협 조합원으로 목련훈장을 받은 최상길씨였습니다.
최 씨는 선천적 언어장애와 신체장애를 동시에 가지고 있어 아직도 '엄마'이외의 발음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합니다. 정규교육도 못받은 데다 가정환경까지 어려워 갖은 어려움과 설움을 겪으며 노점상으로 생계를 버텨 왔습니다. 하지만 매일 버는 1000~2000원의 돈을저축해 16년동안 모은 끝에 지금은 예금잔고가 1억원까지 늘어났다고 합니다.
그가 무작정 돈만 모은 것은 아닙니다. 많은 돈은 아니지만 선교회, 성당 등에 매월 2000~3000원씩 돈을 보내는 일을 수년간 계속해 왔습니다. 익명의 불우이웃돕기 통장을 통해 매년 20만원씩 숨은 선행도 해왔고 상으로 받은 오리털잠바까지 불우한 노인분께 전달했습니다.
최씨의 사연이 기사화되자 네티즌들을 중심으로 많은 독자들이 최씨에 대한 격려와 함께 반성문 비슷한 글을 올렸습니다. 한 네티즌은 "그렇게 어렵게 벌어서 남을 위해 봉사한다는 게 너무 힘든 건데 진심으로 존경한다"라며 "이런 분들이 있기에 아직까지 우리 사회가 지탱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고 말했습니다. 다른 네티즌은 "몸 건강하고 대학교육까지 받은 저는 걸핏하면 부모님께 나한테 해준 게 뭐냐고 대들기나 했는 데 부끄럽다"며 "열심히 살고 효도해야 겠다..."고 글을 썼습니다.
물론 순박하게 살던 산골소녀가 언론에 소개된 이후 돈을 뺏기고 아버지까지 살해당한 '영자'사건을 떠올리며 기사화한 기자가 경솔했다는 항의성 메일도 없지 않았습니다.
지금같은 저금리 시대에 1000원씩 예금해 큰 돈을 모으기란 쉽지 않은 일입니다. 돈을 써야 돈이 벌린다는 재력가들의 선례에서 보듯 투자가 선행돼야 돈도 벌 수 있습니다. 하지만 독자들의 반응에서 보듯 서민들에게는 재테크 노하우 보다 일상의 노력과 성실함이 더 와닿을 것입니다.
돈은 돈일 뿐이지만 1000원이 모인 1억원과 불우이웃 돕기에 쓰인 1000원은 수십억원의 로또복권 보다 더 가치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다시 한번 최 씨에게 박수를 보내며 오래 건강하게 살 수 있기를 기원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