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전략]환율 쇼크는 없다?
원/달러 환율이 연일 급락하고 있다. 17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8.9원 내린 1081.40원에 거래를 마쳤다. 연일 7년만의 최저치 경신이다.
환율은 이달 들어서만 3.4% 떨어졌으며 9월말 1151.8원에 비해서는 6.1% 급락했다. 외환시장 움직임이 증시보다 더 숨가쁘다. 변동성도 매우 높다.
무역, 재정 등 이른바 '쌍둥이 적자'를 탈피하기 위해 미국 정부가 약달러 정책을 밀어부친 결과 달러화 약세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되고 있다. 원화 만의 문제가 아닌 것이다. 유로, 엔화도 강세다.
하지만 원화의 하락 속도가 유난히 빠르다는 게 문제다. 갑자기 크게 변하면 금융시장은 불안해지기 마련. 급격한 환율 하락은 개별기업의 펀더멘털에도 영향을 미친다.
수출비중이 높은 기업의 경우 매출 감소에 따른 이익의 감소가 불가피하다. 반도체, 자동차, 조선, 해운 등이 대표적이다. 반대로 달러 부채가 많은 기업, 수출 없이 내수에만 의존하는 기업은 유리하거나 별 영향이 없다.한국전력SK텔레콤KT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등이 여기에 속한다.
최근 주식시장에서현대차현대모비스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의 매기가 약한 대신 한국전력 SK텔레콤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이 강한 상승세를 보인 것은 이런 맥락에서다.
종합지수는 하루만에 880선을 회복했다. 환율에서 자유로운 듯한 모습이다. 하지만 이는 전적으로 환율 뿐 아니라 외부변수에 무감각하게, 감정없이 움직이는 프로그램매매 때문이었다. 이날 순매수만 2085억원에 달했다. 그러나 890의 저항을 뚫지 못하고 번번히 되밀리는 것을 볼 때 주식시장이 외환시장의 움직임을 적지않게 신경쓰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환율 관문만 무사통과하면 900 넘는다= 한국 증시가 정말 환율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까. 환율이라는 관문만 무사통과한다면 890을 넘어 900선에 안착할 수 있다.
김중현 굿모닝신한증권 연구원은 "수출 비중이 높은 중소기업에는 타격을 입힐 수도 있다"면서 "하지만 세계 시장에서 가격경쟁력을 확보한 우량 기업들의 경우 환율에 절대적인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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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총액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대형 수출주에게 더 중요한 것은 이미 굳혀진 원화 강세보다 금리인하 이후 미국 경제가 연착륙에 성공할 것인지 여부라는 지적이다. 김 연구원은 "달러화 약세가 큰 추세를 형성한 시점에서 외국인이 대규모 매도에 나설 가능성은 낮다"며 증시는 전고점 돌파시도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대형증권사의 한 임원은 "미국의 금리인상에 달러화 하락까지 가세하며 전반적으로 디플레이션 기조가 강하게 형성되고 있다"며 "디플레이션은 새로운 기업들의 진입장벽을 높이는 효과가 있어 기득권을 쥔 주도 기업들의 경우 이익이 증가하고 투자는 줄어들어 갈수록 현금이 쌓이는 국면에 접어들 것"이라고 진단했다. 주식시장에 단기 부담을 줄 수 있지만 중장기적으로 보면 우량주의 적절한 매수 기회라는 시각이다.
이에 비해 주명호 대신경제연구소 기업분석실장은 "상장기업들의 이익이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이후 급격하게 개선된 것은 부채 감소, 구조조정 등의 이유도 있지만 환율이 크게 올라간 것도 무시할 수 없다"며 "환율 하락은 기업 채산성에 전반적으로 좋지 않다"고 지적했다.
박승원 서울증권 투자분석팀장도 "환율 하락이 너무 심해 종합주가지수가 현 수준에서 한단계 더 오르기 어렵다"며 그동안 유지해온 매수 관점을 접고 '중립' 전략을 제시했다.
전문가들은 한편 유가가 연일 급락세를 보인 것도 환율 급락의 충격을 상쇄하는 역할을 했다고 보고 있다. 국제유가(WTI)는 10월말 대비 10.9% 떨어졌다. 10월26일 고점 55.17달러에 비해서는 16.4% 급락했다.
◇거래 없고 프로그램만 산다는 한계= 하루 거래량이 연일 2조원을 밑도는 극심한 침체가 지속되고 있다. 거래가 없다보니 프로그램매매의 영향력이 커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다행히 아직까지는 매수가 훨씬 강하다.
이달 들어 프로그램매매는 1조 5016억 순매수이며 이중 비차익 순매수만 7920억원에 이른다. 비차익은 15일째 순매수다. 연말 배당 효과가 강하게 반영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김병웅 한양증권 선물옵션팀장은 "프로그램매수가 주도하는 상승을 100% 인정하기는 어렵고 외국인 등 주도적인 매수세가 있어야한다"며 "당장 조정을 예상하지 않지만 거래량의 증가, 외국인매매 동향을 확인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자사주 매입이 마무리 국면인 삼성전자를 외국인이 어떻게 접근하는 지가 핵심 포인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