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클릭]"제2의 김정태행장이 나올까요"
"갑자기 경영강령을 선포한다고 하길래 뭔가 꺼림칙하다고 했더니 결국 이런게 튀어 나오네요."
산업은행이 LG카드에 대한 추가지원 방안을 마련해 조만간 채권단 및 LG카드와 협상에 나선다는 소식을 접한 모 은행 임원의 말입니다. LG카드의 주채권은행인 산은은 LG카드에 1조2000억원의 추가증자가 필요하다고 보고 채권단과 LG그룹이 분담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상당수 채권금융기관들은 추가지원에 난색을 표하고 있습니다. LG카드 지원이 벌써 3번째이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11월 시중은행들은 우여곡절 끝에 부도위기에 몰린 LG카드에 2조원을 지원했습니다. 조건은 2조원만 지원하면 새로운 주인을 찾아 정상화시킨다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LG카드 매각은 불발됐습니다. 때문에 1월에 추가지원이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다들 기억하시겠지만 당시 김정태 국민은행장이 총대를 메고 나서서 정부와 맞섰습니다. 결국 채권은행들은 '추가지원은 더이상 없다, 추가지원이 필요할 경우 산업은행이 책임진다'는 확약서를 받아쥐고 나서야 지원에 동의했습니다.
하지만 1년도 지나지 않아 세번째 지원 이야기가 나온 겁니다. 이러다 보니 채권금융회사들은 답답할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추가지원은 안한다'는 확약서를 흔들어 보이며 모른척 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입니다. 바로 '공공성' 때문입니다. 아시다시피 올들어 경제부총리, 금감위원장이 바뀌면서 은행의 공공성에 대한 요구가 높아져 왔습니다. 금융당국 관계자들은 은행들에게 '시장을 놀이터로 여긴다', '비오는날 우산 뺏는다', '중소기업의 등을 쳐 먹는다'는 등 노골적으로 불만을 드러내 왔습니다. 은행들이 지난해처럼 금융당국과 일전을 불사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인 셈입니다.
게다가 지난 15일 은행장들은 은행연합회에 모여 경영강령이라는 것을 선포했습니다. 여러가지 내용이 있지만 그중 하나가 '은행은 금융시장에서 중대한 불안 요인이 발생하였을 때에 이를 공동으로 해결하기 위한 실천적 대응방안을 마련하고 이의 달성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경주한다'입니다.
이러다 보니 은행들은 LG카드 3차 지원에 불만을 가지면서도 공개적으로 드러내기가 여간 부담스러운게 아닙니다. 실제로 어제 은행 담당 임원들을 대상으로 이 문제를 취재하는 과정에서 임원들은 하나같이 실명이 나가면 안된다고 신신 당부하더군요. 서슬퍼런 금융감독 당국에 찍혀서 좋을게 없으니까요. 그러면서 은행 임원들은 누군가 총대를 메고 나서주기를 은근히 기대하는 분위기입니다. 제2의 김정태를 기대하고 있는 거죠.
과연 지금 같은 공안정국(?) 속에서 제2의 김정태 행장이 나올 수 있을까요? 궁금해지네요.